"금리 인하된다고?" 5대 은행 가계대출 8일새 2.5조 늘어나 부동산·주식에 몰렸다
은행서는
대출취급 제한 및 한도 축소 조치 필요할 수도
[파이낸셜뉴스]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가 시장에서 증폭되는 가운데, 은행에서는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돈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5대 은행에서만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3조원 넘게 감소했고, 가계대출은 2조5000억원 가까이 더 늘었다. 이런 돈들은 주로 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개인 요구불예금은 지난 8일 기준 모두 358조9219억원으로, 지난달 말(362조1979억원)과 비교했을 때 불과 8일 사이 3조2760억원 급감했다. 요구불예금은 아직 뚜렷한 용도나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대기 중인 시중자금을 가리키는데, 최근 빠진 예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증시로 흘러들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지난 5일 코스피 지수가 8.77%나 떨어진 이른바 '블랙 먼데이' 당시 하루 만에 2조366억원(360조1539억원→358조1173억원)의 요구불예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은행들이 아무리 잇따라 대출금리를 올려도, 부동산·주식 등 자산 투자 열기가 더 뜨겁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8조2130억원으로, 지난달 말(715조7383억원) 이후 8일간 2조4747억원 더 불어났다. 주택매매 회복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은 1조6404억원 늘어났으며, 신용대출까지 8288억원 늘었다.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으로 신용대출을 나눠보면, 마이너스통장의 증가 폭(5874억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불어난 신용대출도 최근 폭락 장과 관계가 있는데, 블랙 먼데이 당일 5대 은행의 신용대출(108조3933억원)은 전월 말(102조668억원)보다 5조7865억원이나 급증했다. 특히 같은 날 4031억원 늘어난 마이너스통장 잔액(39조6666억원)은 지난 8일까지 비슷한 규모(39조6678억원)를 유지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마이너스통장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다시 급락 등 투자 기회를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주식 시장 주변으로는 계속 돈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의 경우 블랙 먼데이 하루에만 5조6197억원(53조8679억원→59조4876억원)이 증가했다. 이후 지난 8일(55조1217억원)에도 여전히 지난달 말(54조2994억원)보다 8223억원 많은 상태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들은 대출 등으로 마련한 자금을 주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5일 개인은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각각 4382억원, 1617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결국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최대한의 레버리지(차입투자) 효과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기준금리 인하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다시 '영끌', '빚투' 열풍이 분다는 것은 최근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권의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는 연 4.290∼6.514% 수준으로, 약 1주일 전인 지난 2일(연 4.030∼6.548%)보다 하단이 0.260%p 올랐다. 지표 금리인 코픽스는 3.520%에서 변화가 없었으나 은행들이 앞다퉈 가산금리 추가 등을 통해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인상한 영향을 받았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3.280∼5.290%) 하단 역시 같은 기간 0.250%p 높아졌다. 오름폭이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0.020%p)의 12배를 웃도는 것으로, 은행권은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지금처럼 빠르게 늘어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취급 제한, 한도 축소 등의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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