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청업체, 갤럭시 만들던 03년생 백혈병 노동자에 부당해고 사과

박채연 기자 2024. 8. 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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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4월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전자의 하청업체인 케이엠텍에서 2년간 삼성 스마트폰 부품 조립 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한 것과 관련해 삼성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한 노동자에게 취했던 부당해고와 산업재해 처리 비협조 등에 대해 사과했다. 업체는 노동자 복직 및 치료 지원과 함께 산재처리 협조, 작업환경개선 등을 약속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삼성 스마트폰을 만들다 백혈병이 발병한 이승환씨(21)에 대한 1차 하청업체 ‘케이엠텍’ 측 입장문을 11일 공개했다. 케이엠텍은 “회사는 이씨의 백혈병에 대해 산재 신청에 필요한 자료를 원만하게 제공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회사는 산재 신청 결과와 관계없이 치료 지원금을 지원토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이씨의 해고를 철회하고 지난 2월1일자로 복직 조치했다. 복직과 동시에 상병휴직으로 처리해 2025년 12월31일까지 고용상태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2021년 10월 특성화고 3학년 때 경북 구미시의 케이엠텍에서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3개월간 일했다. 이듬해 1월부터는 영진전문대의 고숙련 일·학습병행제(P-TECH)를 통해 케이엠텍과 정식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업무를 이어갔다. 이씨는 납땜 후 넘어온 스마트폰 기판 위에 플라스틱 부품을 수작업으로 하루 2000개씩 조립했다.

그러던 도중 이씨는 지난해 9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지난 3월엔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케이엠텍은 지난 1월 이씨에 대해 4개월의 무급휴직 후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 4대보험을 해지했다. 영진전문대도 “개인 사유에 따른 휴학은 최대 연장 기간이 3개월”이라며 강제자퇴 조치를 했다. 이씨 대리인인 반올림은 지난 4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반올림은 “260도가 넘는 고온 경화 과정과 오븐 등의 고온 작업 과정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으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소 배기나 전체 환기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케이엠텍은 “앞으로도 회사는 산재 혹은 산재 신청 건이 발생할 때 당해 사원에게 산재 증명에 필요한 사항 중 회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며 “현장의 작업환경개선을 위한 조치로 배기·흡기 장치, 국소배기장치, 정화시설 등의 점검, 개선 등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여 관련 시설을 보완하고, 적절한 보호구 지급 등 안전보건 조치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백혈병 발병 후 회사는 무급휴직 1개월 연장 외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피해자라는 표현도 못쓰게 하고 백혈병은 부모 책임이라며 부당해고까지 강행해 참으로 참담했다”며 “힘들었던 투쟁과 협의 과정을 통해 경영진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이번 입장문을 통해 재발 방지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보람과 성과가 있었다. 도와주신 모든 분의 성원을 거름 삼아 승환이의 건강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 삼성 협력업체 21살 노동자, 백혈병 걸려…“삼성도 책임져야”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4171311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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