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예술의 향연을 체험하다 지속가능한 관광

2024. 8. 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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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가타현
폐교 등에 200여 작품 설치 연중 전시 이벤트
고시히카리 쌀·고시노칸바이 사케 일본 최고
에치고쓰마리 사토야마 미술관 MonET (작품명:Palimpsest-하늘연못, 작가명:레안드로 에를리치)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이치. 혹서에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 공항을 나서자 훅 하고 밀려드는 뜨거운 바람. '역시 덥다' 했는데. 연간 누적 강설량이 평균 5m, 겨울철 눈이 쌓이면 2층 창문으로 출입해야 할 정도로 눈이 많다는 말에 순간 더위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1968년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이다. 그 국경이 지금의 니가타현과 군마현의 경계다. 눈이 녹은 물로 고시히카리 쌀을 생산하고 사케를 빚는다. 양조장만 90여 개. 니가타의 고시노칸바이는 일본 최고의 사케로 손꼽힌다.

마쓰노야마의 미인림. 울창한 너도밤나무 군락지

아트 트리엔날레 대지의 예술제

20여 년 전 지방 소도시가 그렇듯, 니가타현도 지역민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이 사회문제가 됐다. 인구의 40%인 65세 이상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지역 소멸이 현실화된 후 뭔가 새로운 활력이 필요했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관광을 도모하는 '대지의 예술제'다. 대지의 예술제는 니가타현 도카마치시와 쓰난마치를 포함하는 에치고쓰마리 지역에서 마을과 산을 무대로 다채로운 미술 전시회와 이벤트를 전시한다. 2000년 시작돼 3년마다 개최된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문화예술인이 주도하고 지역 주민이 협동해 현대 아트 200여 점을 상시 설치하고 사계절에 걸쳐 다양한 문화 교류를 실천하고 있다. 미술관 마당에 세계적 작가의 최신 작품을 설치하고 주민이 떠나고 남은 빈집이나 폐교에 새로운 재생미술관을 조성했다. 국립공원, 명승지, 농부의 삶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계단식 논도 하나의 도시재생 스폿으로 활용했다. 2024 대지의 예술제는 지난 7월 13일 개막해 11월 10일까지 총 87일간 에치고쓰마리 지역에서 계속된다.

작품명:마지막교실,작가명:ChristianBoltanski&Jean Kalman

공간 그림책으로 변신한 폐교

에치고쓰마리 지역 곳곳에서 예술제를 체험할 수 있다. 도카마치시의 에치고쓰마리 사토야마 현대미술관(MonET·모네)과 그림책과 나무 열매 미술관은 관객이 오감으로 예술을 체험하게 한다. 중앙의 연못과 복도를 회랑이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건물 그 자체가 예술품이다. 관객 참여형 설치미술품, 시각·촉각으로 감상하는 투명 물풍선 작품, 풍경 형태의 시청각 모빌 작품 등이 그것이다. 건물 기둥과 연못 다리가 직선으로 연결돼 있는 뷰 포인트를 찾는 수고도 빼놓지 말자.

작품명:꽃피는 쓰마리,작가명:쿠사마 야요이

도카마치 하치마을의 그림책과 나무 열매 미술관은 폐교가 된 사나다초등학교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2005년 폐교될 때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유키, 유타, 겐타 등 세 어린이의 상상 속 요괴가 주인공이다. 폐교 자체를 하나의 공간그림책으로 재탄생시켜 화제가 됐다.

마쓰노야마의 미인림은 울창한 너도밤나무 군락지로 지역 명물이 됐다. 1920년 벌목으로 폐허가 된 3㏊ 땅에 너도밤나무가 자생한 것이 지금의 미인림이다. 울창한 미인림에 잠시 머무는 사이 눈이 초록해진다.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진다. 미인림 옆 교로로 자연과학관도 가볼 만하다. 호시토게의 계단식 논은 장쾌한 풍경의 계단식 논 포토스폿으로 유명하다.

에치고유자와역 폰슈칸 사케체험

도카마치 북부 가와니시의 나카고 원더랜드는 이글루 형태의 움집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그곳에 살던 동물들의 조각이 눈길을 끈다. 도카마치시 '마지막 교실'은 폐교된 옛 히가시카와초등학교를 어둠 속에서 언뜻 비치는 희망의 빛 예술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폭설이 잦아 흰색으로 고립된 마을 풍경을 역설적으로 검정색 예술로 재해석했다. 에치고쓰마리 기요쓰 소코 미술관은 창고 미술관으로 통한다. 많은 예술가가 작품 보관 장소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빈집, 폐교를 활용해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또 마쓰노야마 온천은 니가타현과 나가노현의 경계인 도카마치시의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있다. 아리마, 구사쓰와 함께 일본 3대 약탕 온천 중 하나다.

니가타에서도 폭설 지대인 미나미우오누마의 류곤은 눈이 많은 지역 풍토를 체험할 수 있는 료칸이다. 지금은 눈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작품이 곳곳에 마련된 고급스러운 숙박시설로 유명하다. 평범한 눈을 재해석해 눈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과 환경을 재생시킨 호텔로 진화해가고 있다.

기요쓰쿄 협곡 터널(작품명:Tunnel of Light, 작가명:마옌송-Mad Architects)

인스타 인기 스폿 기요쓰쿄 협곡 터널

일본 3대 협곡 중 하나로 알려진 고이데미즈노토 지역의 기요쓰쿄 협곡 터널은 터널 전체를 예술 작품으로 개조해 화제가 된 곳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우뚝 솟은 거대한 암벽 옆으로 깊숙이 뚫린 기요쓰쿄 협곡 터널. 750m 길이의 터널에 나무, 흙, 금속, 불, 물 등 자연의 5대 요소를 이용해 건축적 공간과 예술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얕게 물을 채운 터널 전망대 끝에 서면 V자 대협곡이 주위를 압도한다. 이곳 장면은 인스타 스폿으로 화제다.

마쓰다이 지역은 산비탈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이나 강의 흐름을 바꿔 논으로 만든 독특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그곳에 네덜란드 건축가그룹 MVRDV가 설계한 거점 건축물 노부타이가 화제다. 노부타이에서 산 정상의 마쓰시로성까지 약 2㎞ 되는 마을 산에 작품 40여 점이 산재해 있다. 마을 산 전체를 활용해 노부타이 필드 뮤지엄이라 부른다. 삼나무나 느티나무로 만든 직사각형 상자에 소바를 담아내는 유자와 소바는 니가타 여행에서 빼놓지 않고 맛봐야 할 별미다. 폭서의 더위를 식히기 충분한 메뉴다.

[전기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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