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전기차 ‘성능’에서 배터리 ‘안전’으로 급선회…중고 매물도 ↑

권재현 기자 2024. 8. 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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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단 전기차 화재로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영업점엔 배터리 안전성과 관련한 소비자들 문의가 빗발치고, 전기차를 매물로 내놓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11일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인천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지난 1일 이후 7일간 ‘내차 팔기 홈 서비스’에 등록된 전기차 접수량이 직전 주(지난달 25∼31일) 대비 무려 184%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찾는 이가 줄어들면서 중고 전기차 가격은 내림세다. 엔카닷컴의 ‘2024년 8월 자동차 시세’를 보면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중고차 가격은 전달보다 각각 1.97%, 1.11% 하락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화재 사고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8만6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미 13.4%나 줄어든 상태다.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지속된다면 현재의 수요 둔화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업계로선 어떻게든 소비자 불안감 해소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일 자사 홈페이지에 현대차 10종과 제네시스 3종 등 전기차 13종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코나 일렉트릭에는 글로벌 1위 업체인 중국 CATL 배터리가, 나머지 전기차엔 모두 국내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또는 SK온의 배터리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기아도 조만간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에너지 밀도 향상과 고속 충전 기능 등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을 돌파하려던 배터리 업계도 수주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하는 형편에 놓였다. 성능 못지않게 어느 배터리가 외부충격, 이상고온, 화재 등의 위험으로부터 가장 안전한지가 고객사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하고, 발화되더라도 배터리 팩 밖으로 불이 번지는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소재로 팩을 생산 중이라고 밝혔다. 또 모듈과 팩에 쿨링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열 전파 차단으로 화재 및 폭발을 방지하는 기술력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는 ‘Z폴딩’ 기법을 통해 배터리 셀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는 기술을 도입했다.

기존의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제품보다 니켈 함량을 50∼60% 수준으로 낮춰 발열 가능성을 줄이면서도 에너지 효율은 높인 고전압 미드니켈 NCM 연구·개발 강화도 최근 국내 배터리 3사에 나타나는 새로운 움직임이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관련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서울시와 충남도는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충전율 90% 이하인 전기차만 주차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완전한 방전과 충전을 반복하기보다 30~90% 정도로 충전 수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지하에 설치하려던 전기차 충전기 일부를 지상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난달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62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 이용 제한이나 완충 방지 처방에 머물 게 아니라 소방설비를 강화하는 등의 현실적인 보완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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