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350억원 부당 대출”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회사·개인에게 최근 4년간 616억원의 대출을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50억원은 허위 서류·부적정 담보 등을 눈감아준 부당 대출이며, 269억원에 대해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중인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파악됐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금감원은 11일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 차주에게 42건,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중 28건, 350억원이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이뤄졌다고 파악했다. 대출 중 다수는 지난 4월 면직된 전 선릉금융센터장의 주도로 취급됐다.

금감원은 지주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손 전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했고,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금감원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이 우리금융·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에 해당 친인척이 우리은행에서 받은 대출은 5건, 4억5000만원에 그쳤다. 손 전 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한 이후 대출 규모가 137배나 불어난 것이다.

우리은행

실제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건이라면 우리은행 대출 시스템은 비정상적으로 허술해졌다. 금감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은 관련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하거나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담보로 설정한 경우, 보증여력이 없는 보증인을 세운 경우에도 확인 없이 대출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 심사·사후관리 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는 등 절차상의 문제도 있었다.

이렇게 취급된 친인척 대출 중 다수는 회수 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달 19일 기준 총 304억원(25건)의 대출 잔액 중 269억원(19건) 상당이 연체 중이거나 부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제재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허위 서류제출 관련 문서위조, 사기 혐의 등은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통렬하게 반성한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을 조속히 완료하고 부실규모 감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 종료 이후인 9일 기준 연체·부실 규모가 198억원(17건)으로 줄었고, 실제 손실 예상액은 최소 82억원·최대 158억원이라고 밝혔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