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에 성난 농심…2022년 쌀값 대란 재연 우려도

안광호 기자 2024. 8. 1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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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회원 등이 지난 9일 경남 의령군 지정면 한 농로에서 ‘논 갈아엎기 투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쌀값 폭락에 성난 농민들이 시장격리 물량 확대 등을 요구하며 논을 갈아엎고 거리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5만톤(t) 매입과 소비 촉진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쌀값 안정화 대책은 땜질 처방이라며 2년 전의 쌀값 대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전농 부산경남연맹 회원들은 지난 9일 경남 의령군에서 3800㎡(약 1150평) 면적의 논을 갈아엎었다. 산지 쌀 한가마(80㎏) 가격이 정부가 약속한 20만원보다 한참 낮은 17만원대로 떨어지자 항의 차원에서 논을 갈아엎은 것이다. 전농 등 8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농민의길)’도 지난 6일 서울역 인근에서 ‘쌀값 보장 농민대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에 4만4619원, 한 가마에 17만8476원이다. 20㎏ 기준으로 지난해 수확기(10~12월) 초반(10월5일) 산지 쌀 가격 5만4388원에 비해 18.0% 낮아진 수준이다.

산지 쌀값 하락은 소비 감소와 이에 따른 재고량 증가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평균 56.4㎏로 역대 최소다. 지난달 20일 기준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민간의 쌀 재고량은 51만1000t으로, 1년 전에 비해 23만t(80.7%) 늘었다.

정부는 쌀값 하락세를 멈추기 위해 지난 6월 민당정 협의회에서 밝힌대로 쌀 5만t을 사들일 계획이다. 또 지역농협 등을 통해 소비 판촉 활동을 벌여 10만t 가량을 추가로 소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농민단체들은 5만t 매입으로는 쌀값 하락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한다. 강순중 전농 정책위원장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농산물 가격을 누르고 있는 정부가 쌀값도 같은 이유에서 방치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며 “15만t을 시장격리하라는 농민들의 요구에 대해 정부는 올해 수매물량 중 5만t을 미리 수매하겠다는 땜질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들면 2022년 쌀값 대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쌀 재배면적 확대로 쌀 생산이 크게 늘었는데도 정부 대응이 늦어지면서 2022년 산지 쌀값은 대폭락했다. 2022년 9월(5일 기준) 산지 쌀값(20㎏)은 3만9321원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수확기 들어 부랴부랴 90만t을 시장격리한 후에야 산지 쌀값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농민단체들은 쌀 수입 중단도 요구한다. 정부는 2015년 쌀 관세화 개방 이후 매년 40만8700t을 의무 수입하고 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308만4000t의 쌀이 수입됐으며, 구입과 관리 비용은 4조507억원에 달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수입물량을 줄일 순 없다”며 “수입쌀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밥쌀용이 아닌 가공용과 주정용으로 쓰는 쇄미(싸라기) 수입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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