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폭염에도 플라스틱 물병을 얼려 마시지 말아야 하는 이유
플라스틱 용기를 얼렸다 녹일 경우 높은 온도에서 가열할 때와 비슷한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물에 용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더운 여름철 플라스틱병에 물을 얼려서 마시는 것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중국 저장대, 미국 버지니아공대 등 연구진이 지난 2월 국제학술지 ‘유해물질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물이 든 플라스틱 용기를 영하의 온도에서 동결한 후 해동시킬 때 용출되는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물질의 양이 60도로 가열했을 때 나오는 양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은 보통 5㎜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연구진은 두께 2.2㎜의 플라스틱 용기들에 초순수를 담아 각각 동결, 해동을 반복한 경우, 염소 소독을 한 경우, 가열한 경우 등과 아무런 처리도 하지 않은 경우로 나눠 비교했다. 실험에는 물 공급용 파이프 등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 수지의 일종인 PPR(polypropylene random) 소재가 사용됐다.
구체적으로 동결·해동을 반복한 플라스틱 용기 내에서는 시간 경과에 따라 하루에 70~220여개 정도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나왔다. 가열했을 때는 하루에 70~130여개 정도, 염소 소독을 했을 때는 60~160여개 정도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용출됐다. 반면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경우에 나온 미세플라스틱 입자 수는 3~66개 정도로 나타났다. 동결·해동 반복, 가열 처리, 염소 소독을 실시한 경우 용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크기는 대체로 4~9㎛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은 주로 물리적 과정과 화학 반응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될 수 있다”면서 “미세플라스틱은 세포독성, 산화 스트레스 유발 등 건강에 잠재적인 위험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름철 플라스틱병에 물을 얼려마시는 방식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으며 안전한 음용 방법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화 교수는 지난달 31일 먹는물네트워크가 대한환경공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생수와 미세플라스틱 : 안전한 먹는물을 위한 공동노력’이라는 주제의 먹는물 정책 포럼에서 “이 연구결과는 여름철 많은 이들이 먹는샘물 등을 얼려서 갖고 다니며 마시는 것은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직접 음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먹는샘물 등을 대상으로 보다 심도 있는 연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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