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자화상, 가시 뽑아낸 선인장의 여정”…김소영 개인전 ‘나를 찾아주세요’ [전시리뷰]
날카로운 선인장의 가시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비눗방울. 비눗방울 세상 속에 살아가는 선인장과 선인장밭에서 살아가는 비눗방울 중 어떠한 삶이 더 불안할까. 홀로 선인장인 ‘나’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 옆의 이들(비눗방울)이 터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갖고 살아간다. 반대로 후자의 삶이라면 사방에 자리한 가시에 부딪혀 나라는 존재가 터지지 않을까하는 불안이 있을 것이다.
지난 3일부터 수원시 팔달구 예술공간 아름 갤러리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김소영 개인전 ‘나를 찾아주세요’는 끝없이 연결된 온라인 세상에서 허구와 실재(實在) 사이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담아냈다.
전시는 안양 출신으로 용인과 성남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는 1997년생 청년 작가 김소영의 예술적 자아가 투영된 ‘Cactoos’라는 선인장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가 많은 선인장이 하나 있었다. 가시 탓일까. 사람들은 선인장을 피하고, 곁에 다가오지 않았다. 외로움을 느꼈던 선인장은 남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치장을 하고, 가시에 쿠션을 껴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스스로 가시를 뽑아내는 결단까지 하지만 여기에 주어진 사랑은 허상일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을 깨달은 선인장이 진정한 나, 진정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바로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다.
관람객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 15점을 포함한 회화, 영상, 설치 등 23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신작 ‘선인장도 가시가 있어야 꽃을 피웁니다’ 시리즈 네 작품은 선인장의 가시가 꽃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듯 때로 고난과 역경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이와 함께 작가는 원, 톱니, 사선 등 배경 위로 그려진 자유로운 선 속에 현대인의 삶을 함축했다. 길이도 모양도 제각각인 선이 화면 속에 마치 무질서하게 충돌하고 교차하면서도 공존하는 모습은 긴장감을 자아내며 끝없는 경쟁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소셜 네트워크 세상에서의 무한한 ‘연결’을 드러낸다. 어둠이 있어야 빛을 발하는 형광빛 네온사인의 선들은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온라인 세상을 의미한다.
또 다른 신작 ‘Who Am I’ 시리즈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활용한 작품이다. 직관적이며 대비가 뚜렷하고 화려한 색감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진 세상에서 SNS 속 허상의 ‘나’를 이야기한다.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된 SNS에서 우리는 남들에게 비치기 위해 내 모습을 꾸미지만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는 모른다.
‘Cactoos’가 나를 찾아 떠나듯 작가는 나 자신을 알기 위해 해바라기, 공룡, 악어, 맥주 등 내(작가)가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고 이를 작품에 담아냈다.
전시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설치 작품 세 점은 바로 이번 전시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선인장 캐릭터 ‘Cactoos’를 형상화했다. 3D 프린터 피규어인 ‘SHY(샤이)’, ‘Donggle(동글)’. ‘Hero(히어로)’는 작가 내면의 모습이기도 하다. 120도 각도로 전시장 한가운데에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는 세 캐릭터를 통해 작가는 기존의 인식과 세상의 선입견에 맞서고 있음을 표현했다. 이와 함께 전시에서는 ‘How do you do’, ‘돌고 돌아’ 등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난 선인장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작가의 영상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김소영 작가는 “진정한 나를 인식하고 허구의 세계와 진짜 사이 간극을 극복해, 결국 ‘더 나은 나’를 찾아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장을 방문하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한다”며 “앞으로 VR(가상현실)을 활용한 작품 등 사람들이 단순히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하며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 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전시는 16일까지.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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