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묶임 사망’ 정신병원에 면죄부 준 부천시…“감독기능 마비”
“시간 아닌 자해·타해 위험, 처방 적정성 따져야”
다이어트 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한 30대 여성 환자가 격리·강박을 당하다가 17일 만에 사망한 부천더블유(W)진병원 사건에 대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부천시가 ‘의료행위 위법 여부를 따질 권한은 없고, 병원 쪽은 격리·강박 최대허용 시간을 준수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적극적인 감독 기능을 행사하지 않고 허술한 조사 결과를 내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11일 입수한 ‘(부천더블유진병원) 환자 사망사건 관련 현황 및 조사결과’를 보면, 부천시는 지난 9일 낸 보고서에서 △진료기록부·간호기록지 등 확인 결과 입원 기간(5월10~27일) 동안 진료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으며, 그중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신경안정제 등의 투약행위 및 격리 조치한 사실이 있으며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처치에 대해 법령 위반 여부를 행정기관에서 판단할 수 없고 △서류 검토 결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자·타해 위험성 판단 후 지시하에 격리·강박을 최대허용 시간을 준수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하였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기록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다만 “(사망 당일인) 5월27일 0시30분부터 2시20분 강박 시행 시 활력 징후 체크는 누락하여 격리·강박 관련 지침에 대하여 직원교육 실시할 것을 지도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령 위반을 조사해서 위반이 있으면 감독 권한을 행사하든지 입법개선을 하는 것이 행정청의 책임인데 안타까운 조사결과”라는 의견을 밝혔다. 정신건강복지법과 의료법은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지자체의 지도·감독 권한과 책임을 규정해놓고 있는데,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업을 1년의 범위에서 정지시키거나 개설 허가의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명할 수 있다.
제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75조(격리 등 제한의 금지)를 위반했는지는 행정청이 조사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시간·관찰 등이 아니라 ‘강박 시점에서 자해 위험성이 뚜렷하게 높았는지’, 격리·강박 이외에는 자해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뚜렷하게 곤란했는지, 신경안정제 처방이 적정했는지’인데 이에 관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사망하기 전날인 5월26일 저녁부터 격리실에 갇혔던 박씨는 복통을 호소하며 나가게 해달라고 호소했음에도 적절한 구호조처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2시간 동안 손과 발, 가슴 등 ‘5포인트 강박’을 당했다. 이후 배가 부푼 상태에서 코피를 흘리자 강박에서 풀려났지만 결국 격리실에 방치된 채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가성 장폐색’으로 추정됐다. 피해자는 첫날부터 급성 조현병 또는 양극성 장애 조증에 준하는 약물과 주사제를 투약받아 과도한 진정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의 병원장은 방송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유튜브 진행으로 얼굴이 널리 알려진 양재웅씨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도 “사망사건이 났는데도 (부천시가) 안일한 대처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의사가 어떤 의료행위를 하든 간섭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환자가 사망해도 의사는 어떤 제재나 면허취소 같은 걸 할 수 없다는 게 기가 막히다”며 “간호기록지만 보고서 피해자가 어떤 자·타해 위험성이 있어서 강박했는지에 대해서 시시티브이와 대조해서 보지 않았고, 보호입원 절차가 정당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행 정신보건복지법상 보호입원 등 비자의 입원은 그 규정이 엄격한 편인데 제43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를 보면 ‘정신질환자가 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입원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 또는 성질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이고 ‘정신질환자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어야 가능하다.
서미화 의원은 격리·강박 실태조사 및 책임자 처벌 강화 규정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서 의원은 “격리·강박, 약물 과다투여 등 정신질환자 사망사고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는 전무한데, 사망사고가 반복돼도 그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며 관리·감독도 안 하는 실정”이라며 “재발방지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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