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보호와 교육적 관계 [서울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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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무너졌다고들 한다.
"일대일로 만나 보면 얼마나 예쁜 애들인데요." 교사와 학생 사이의 교육적 관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학교에서, 그것도 가장 거친 학생들이 많다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학생들과 나름의 교육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
교사들도 다루기 힘들다는 학생들이 어떻게 교육공무직 노동자들과는 이런 교육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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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命人) | 인권교육연구소 ‘너머’ 대표
교권이 무너졌다고들 한다. 일부에서는 학생인권조례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지만, 에스비에스(SBS)의 조사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교권 침해 사례 사이의 일관된 경향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충남과 서울시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였고 다른 지역에서도 폐지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한편, 정부에서는 교권 보호 방안의 일환으로 이른바 ‘교권 보호 5법’을 개정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실질적인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한 특성화고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 일곱 분을 심층 면담한 뒤로 이 사안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 맥락은 이러하다. 이 노동자들에게 자기 노동에 관해서 물었을 땐, 당연히 학생들과 관련된 속상한 이야기들도 나왔다. 가령, 급식조리사는 배식 문제로, 환경미화원은 기숙사를 잠시 봐달라는 사감의 청을 들어줬다가 손주뻘의 학생에게 욕설을 듣는 봉변을 당한 적이 있다. 위계화된 노동분업의 구조나 일부 교사들과 함께 분명 학생들도 이 노동자들을 타자화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에게 학생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약속이나 한 듯이 이들에게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은 “모르셔서 그렇지, 우리 학생들, 정말 착해요”였다. 개인에 따라 그리고 직무에 따라 노동 경험은 많이 달라도 학생들에 대해서만큼은 그들의 생각이 일치했다. 학생들이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편견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일대일로 만나 보면 얼마나 예쁜 애들인데요.” 교사와 학생 사이의 교육적 관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학교에서, 그것도 가장 거친 학생들이 많다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학생들과 나름의 교육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
학생들이 아침에 등교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학생들을 환하게 맞아주고 싶어서 일부러 등교 시간에 맞춰 본관 앞을 청소한다는 당직전담원,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예절 바른 인사라고 여기기 때문에, 급식실에 학생들이 오면 인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자기가 먼저 인사한다는 급식조리사, 학생들이 철없는 언행을 할 때 “우린 너희 그 모습도 사랑한다”고 너스레를 떨면 인상 쓰던 애들도 끝내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는 조리실무사, 다른 건 몰라도 밥때 밥을 굶는 ‘애기’를 보면 어떻게든 등 떠밀어 급식실로 보내게 된다는 환경미화원, 문제아로 낙인찍힌 학생들의 하소연을 기꺼이 다 받아주는 쓰레기통이 되었다는 교무실무사.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교사들도 다루기 힘들다는 학생들이 어떻게 교육공무직 노동자들과는 이런 교육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 당연한 질문을 한다는 듯이 한 노동자가 말했다. “우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이런 역설이 있을까? 가르치는 일을 맡은 교사들은 점점 더 교육적 관계의 불가능성을 호소하는데,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서 교육적 관계가 가능하다니. 학자마다 교육적 관계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교육학에서 교육의 관계적 속성을 정의하는 개념들은 일반적으로 대화나 의사소통이다. 면담에서 드러난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경험은 ‘가르치는 사람의 권리나 권위에 대해서가 아니라 대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 곳이 학교이기에 오히려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일이 불가능할까?’라는 질문을 함의하고 있다. 새삼 교권의 위기를 논하고 있는 교육학계도, 법적·제도적으로 교권을 보호하겠다는 교육부도, 학교를 둘러싼 현실에 고통받는 교사들도, 교권 보호 장치로 아동학대를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정작 해야 할 질문은 ‘교권이냐, 학생인권이냐’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교육이란 무엇인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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