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카카오, '경영공백'에도 중장기 전략 시동…AI 서비스 강화
카카오가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공백 속에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한다.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와 비핵심 계열사를 구분하는 한편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다. 업계는 별도 AI 서비스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카카오가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 거품론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AI 사업 전략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카카오 계열사, 1년 3개월 새 23개 감소…그룹 효율화 작업 속도
11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달 카카오의 계열사는 124개사(공정거래위원회 기준)다. 지난해 3월 147개사였던 것과 비교해 23개사가 감소했다. 핵심 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조직 효율화에 나선 결과다.
카카오는 2010년 사명 변경 후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M&A로 기술·인재·지식재산권(IP) 등을 확보하면서 계열사에게는 자율경영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 중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카카오를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해 등의 사례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2021년 국정감사에는 김범수 창업자가 불려가 직접 해명해야 했다. 이후 카카오는 핵심 계열사를 선별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카카오는 향후 카카오톡과 AI를 중심으로 핵심 사업과 계열사를 선별한다. 기존에 △IP-IT 결합 통한 글로벌 문화 생태계 △AI·헬스케어 중심 미래 성장 동력 △일상의 혁신을 위한 디지털 전환 등 카테고리를 핵심 사업으로 분류했다. 이중 AI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카카오톡 플랫폼 그리고 시대의 거대한 흐름인 AI와 사업적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비핵심으로 정의하고 하반기 중에 해당 사업에 대한 효율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효율화 작업에는 작은 계열사 뿐만 아니라 기존에 핵심으로 분류됐던 계열사까지도 포괄될 전망이다. 카카오 그룹의 콘트롤타워인 CA 협의체에는 카카오 본사와 함께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벤처스,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페이, 카카오픽코마, 카카오헬스케어가 참여한다.
이 중 카카오브레인의 핵심 인력과 기능은 카카오 본사로 이미 흡수통합됐다. 또 자본 시장에서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카카오VX를 매각 대상으로 거론한다. 카카오 계열사의 준법·신뢰경영을 지원하는 독립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에서는 이미 계열사의 무분별한 기업공개(IPO)를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고 IPO로 가치를 인정받는 카카오식 성장방식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카카오표' AI 서비스 출격…명운 달렸다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별도의 AI 서비스를 출시한다. 카카오톡 등 카카오의 기존 서비스에 녹이는 것이 아닌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공개한다. 대화형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가 강점을 갖춘 관계기반형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신아 대표는 컨퍼런스 콜에서 “관계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카카오의 강점이 AI와 결합되도록 구현될 계획”이라며 “하반기 중에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B2C AI 서비스를 시작으로 AI를 통한 적극적인 혁신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면서 카카오의 새로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의 AI 서비스는 시장에서 특히 관심이 높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아마존, 오픈AI 등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서비스에 적용한 상황에서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는 AI 서비스 공개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첫 AI 서비스에 따라 카카오의 향후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 카카오는 자사의 기존 서비스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아닌 별도의 AI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기술 경쟁력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카카오의 AI 서비스라는 점을 인지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서비스보다 기대치가 높다. 특히 AI 거품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별도의 AI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증명해야 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일 “하반기 공개되는 신규 서비스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서비스가 공개되고 실적에 반영돼야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별도의 AI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스타트업이 구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면서 “서비스가 뛰어나면 시장의 주목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평가가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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