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서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 사라진다.... 35년만에 폐강
“교과과정, 수요·공급 상황 고려”
서울대에서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는 학문적 토대를 제공해온 마르크스경제학 강의가 오는 가을 강의에 열리지 않는다. 마르크스경제학은 공산주의 토대를 만든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가 정립한 정치경제학 비판이론부터 출발한 학문이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이번 가을학기에 ‘정치경제학 입문’, ‘마르크스경제학’, ‘현대 마르크스경제학’ 등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모두 개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제학부 교수들로 구성된 교과위원회는 교과과정 운영과 강의 수요·공급 상황을 고려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서울대의 처음이자 마지막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불린 故김수행 교수(1942~2015)가 지난 1989년 관련 과목을 개설한지 35년이 지나 마크르스경제학 강의의 명맥이 아예 단절된 상황에 놓였다.
마르크스경제학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마르스크경제학’ 수강생은 지난 2021년 봄학기 14명에서 지난해 가을학기 4명으로 크게 줄었다. 2021년 가을학기 93명에 달했던 ‘정치경제학 입문’ 수강생은 올해 봄학기 30명에 그쳤다. 현대 마르크스경제학은 지난해에도 강의가 열리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 학문의 다양성이 저해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수행 교수 퇴임 후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맡아온 강성윤 강사는 지난달 19일 한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경제학의 압도적 주류와는 사뭇 다른 주제와 접근방식을 취하는 마르크스경제학 분야를 배제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지 우려를 갖고 있다”며 “마르크스경제학 명맥이 서울대에서 완전히 단절되지 않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서울대는 지난 1989년 김수행 교수가 부임하며 마르크스경제학 강의를 개설해왔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르크스의 저서 ‘자본론’을 완역한 마르크스 전문가다. 2008년 김 교수가 퇴임한 이후 사회과학대학 대학원생들이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의 채용을 촉구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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