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N요일' 또 오나…엔캐리 트레이드 청산공포 남았다

방윤영 기자 2024. 8. 11. 14: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간증시전망
코스피가 전 거래일(2556.73)보다 31.70포인트(1.24%) 상승한 2588.43에 거래를 종료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일 '검은 월요일'을 맞은 국내 증시가 크게 휘청인 데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반등 움직임도 나타났으나 상승 속도가 더딘 것 역시 엔캐리 트레이드 공포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요 거시경제·기업실적 발표 등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누구도 정확한 규모 몰라"…엔캐리 트레이드가 공포심리 자극
코스피는 지난 9일 전주보다 3%대(87.76포인트) 내린 2588.43에 마감했다. 지난 5일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국내증시가 직격탄을 맞으며 폭락장이 연출됐다. 이날 코스피는 하루만에 8.77%(234.64) 폭락한 2441.55로, 역대 최대 낙폭을 보였다. 하락률 기준으로는 2000년 4월17일(11.63%) 이후 두번째로 높았다. 낙폭이 커지며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차례로 발동됐다.

이후 지난 6일(3.3%)과 7일(1.83%), 9일(1.24%)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600선은 회복하지 못했다.

코스닥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 5일 코스닥은 11.3%(88.05) 하락하며 691.28까지 떨어졌다. 역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이후 6일(6.02%)과 7일(2.14%), 9일(2.57%) 상승하며 9일 764.43에 마무리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5일 이후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상승 속도가 완만한 건 아직 시장에 대한 공포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장 큰 불안감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해외자산을 되파는 현상)이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는 동시에 엔화로 투자한 자산가치가 하락할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하면 패닉셀(과매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달러화와 엔화가 놓여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문제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완벽히 소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정보팀장은 "한 외국계 IB(투자은행)에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약 75% 청산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누구도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투자전력팀도 리포트에서 "미국 경기침체 공포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간의 순환고리가 이번 증시폭락의 주된 원인이자, 반등 동력이다"라며 "당분간 단기 증시 등락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공포 영원하지 않아…'긍정' 지표들 발표로 불안심리 가라앉나
다만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매물이 무한대가 아니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부장은 "청산이 진행될수록 잠재 물량은 줄어들 것이고, 시장 변동성을 자극하는 힘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경제지표 결과와 시장 해석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코스피의 등락은 반복될 수밖에 없지만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최악의 상황을 지나가고 있으므로 '비중확대 기회'라는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물가 안정/둔화와 경기침체 우려 완화라는 두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사진=대신증권

엔캐리 청산의 남은 규모가 아니라 중앙은행들의 대응, 이후 발표되는 경제지표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엔캐리 청산은 거의 매일 진행됐고, 따라가 모든 엔캐리 청산이 문제가 아니라 투자심리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문제"라며 "향후 주요한 것은 청산 규모보다는 투심에 충격을 줄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우선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대응했고, 그 다음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역할이 남았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긴급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후 발표되는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음주에는 7월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와 소매판매, 8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 지수가 공개된다. 오는 8월22~24일에는 각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참석하는 잭슨홀 미팅, 오는 29일(한국시간)에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 등이 예정돼 있다. 소매판매 개선, 소비자신뢰 지수 반등 등을 확인할 경우 경기침체 우려 완화와 함께 물가안정 지속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