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예상 못 했어, KIA는 김지찬이니까 역으로…” KIA 침몰시킬 뻔했던 신의 한 수, 23세 작은거인의 포효[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나도 예상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서 8-9로 끝내기 패배를 안았다. 오승환이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그에 앞서 8회초에 7-6서 8-6으로 앞서가는 점수를 만든 장면은 단연 백미였다. 승패를 떠나 ‘고급’야구였다.
삼성은 도망가는 1점이 필요했다. 선두타자 김지찬이 좌전안타를 날렸다. 김헌곤이 초구에 번트를 댔으나 뜨면서 아웃됐다. 흐름이 꺾일 뻔했으나 구자욱이 우전안타를 날리며 살렸다. 발 빠른 김지찬이 3루에 들어가면서 1사 1,3루 찬스.
삼성 후속타자는 김현준. KIA는 왼손 잠수함 곽도규가 마운드를 지켰다. 김현준이 볼카운트 2S로 몰렸다. 곽도규를 과감하게 3구 투심을 가운데로 넣었다. 실투였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김현준이 그대로 서서 삼진을 당했다.
대신 1루 주자 구자욱이 스타트를 끊었다. 자세히 보면 전력으로 질주하지 않았다. KIA 내야진의 시선을 자신에게 모으는, 일종의 미끼였다. 그 사이 3루 주자 김지찬이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홈을 파고 들었다.
KIA도 간파했다. 구자욱을 견제하지 않았다. 김선빈은 노련하게 앞으로 달려 나와 상황을 체크한 뒤 재빨리 홈 송구를 했다. 그러나 김지찬의 발을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KIA도 최선을 다해 방어해봤지만, 삼성의 더블스틸이 완벽했다.
박진만 감독도 모르는 작전이었다. 전적으로 주루코치들과 타자, 주자들이 사인을 주고받은 결과였다. 박찬도 3루 코치가 특히 바쁘게 움직였다. 박진만 감독은 “나도 예상 못했다. 내가 사인을 낸 게 아니었다. 코치들이 잘 움직였다. 경기 전에 그런 얘기를 했으니까 손발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그 타이밍에 1점을 나야 했는데, 잘 움직여서 추가점을 얻었다”라고 했다.
사실 최상의 결과는 김현준이 안타를 쳐서 점수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야구는 늘 쳐서 점수를 내는 종목은 아니다. 박진만 감독은 “나는 김현준이 삼진 먹는 것만 봤다. 그런데 자욱이가 뛰고 지찬이가 뛰어서…KIA 쪽에선 예상을 못했을 수도 있고 김지찬이 3루 주자니까 역으로 또 안 뛸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뭐 이건 전략 싸움”이라고 했다.
삼성은 2위 싸움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10일 경기를 치르지 못했지만, 마무리 오승환도 9회가 아닌 7~8회에 나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눈 앞의 1승을 위해 뭐든 하겠다는 의지다. 비록 9일 경기서 졌지만, 삼성으로선 나쁜 내용은 아니었다. 경기후반 짜내기 점수를 만들어낸 장면은 충분히 긍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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