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또 팔레스타인 학교 공습…어린이 11명 등 100명 가까이 숨져
미국·유럽 등 일제히 규탄 메시지
이스라엘방위군(IDF)이 1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난민 수천 명이 피란중인 가자지구 북부의 학교를 공습해 1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민간인 밀집 지역에 대한 연이은 공습에 아랍 국가는 물론 미국, 유럽 등도 규탄 목소리를 이어갔다.
마흐무드 바살 팔레스타인 민방위대 대변인은 이날 열린 영상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순교자는 93명 이상이고 이 가운데 11명은 어린이, 6명은 여성이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주검들도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부상자도 수십명에 이르는 상황이라 향후 사망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바살 대변인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알 다라즈 지역에 있는 알 타빈 학교에서는 약 350가구, 2000명에 달하는 난민이 머물고 있었다. 학교의 위층은 숙소로, 아래층은 기도를 하는 사원으로 쓰이고 있다. 민방위대에 따르면 해당 학교에 머물던 난민들이 이날 새벽 기도를 올리는 가운데 이스라엘군 공습이 발생했다.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 있는 현장 동영상을 보면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주검이 널려 있고, 다른 주검들은 담요에 싸인 채 이리저리 옮겨졌다. 피가 흥건히 고인 웅덩이에는 빈 통조림 깡통이 떠다니고 잔해 사이에 불에 탄 매트리스와 인형이 굴러다녔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남성들이 학교 건물 바닥에 놓인 주검을 앞에 두고 기도를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가자시티 알 아흘리 병원 의사 타이시르 알 타나의 말을 인용해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 병원 의사 카미스 엘레시는 병원 영안실로 주검 73구 이상, 그밖에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10여명이 실려 왔다고 전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사망자 수가 과장됐고 자기들이 19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무장 단체 ‘이슬라믹 지하드 대원’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공습은 3발의 정밀 폭탄을 활용해 이뤄졌다”며 “(하마스 쪽 주장대로) 보도된 수준의 피해를 일으킬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 무장 단체가 해당 학교를 군사 시설로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하마스 쪽에서는 이날 학교 공습으로 숨진 이 가운데 무장 대원은 아무도 없다고 반박했다.
각국은 일제히 이스라엘 공습을 규탄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학교 공습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면서 “지난 수주 동안 최소 10곳이 공격을 받았다. 이런 대학살을 정당화할 수 없다. 전쟁 시작 이래 4만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죽었다”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도 엑스에 “학교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과 비극적인 인명 피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하마스는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국제 인도법을 준수해야 한다. 즉각적 휴전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8일에도 가자지구 지구 학교 두 곳을 폭격, 18명 이상이 숨진 바 있다. 요르단 외교부는 공격 시점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최근 주변국의 중재 노력을 “방해하고 저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중재국인 카타르는 “긴급 국제 조사”를 촉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튀르키예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 협상을 방해”하길 원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미국 역시 우려를 표했다. 차기 대선 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이번 공습에 대해 “다시 너무나 많은 민간인이 죽었다”면서 “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낸 성명에서 이번 학교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이스라엘 당국에 해당 공습과 관련한 세부 정보를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하마스가 학교 등을 은신처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지만 “이스라엘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라는 명분 아래 민간인 공습을 감행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8일 미국 국무부는 지난 4월 의회가 승인한 대 이스라엘 안보 지원 예산 중 35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집행하기로 결정, 이를 의회에 통보했다고 9일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에 있는 자치 정부의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 대변인은 미국을 향해 “어린이, 여성, 노인 등 무고한 민간인 수천명을 죽음으로 이끄는 (이스라엘에 대한) 눈 먼 지원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번 공격은 최근 하마스 정치 최고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야가 테헤란에서 암살된 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가 다음주 가자 휴전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던 중 발생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집트와 미국, 카타르는 오는 15일 휴전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마스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자신들이 새로운 휴전협상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협상에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마스 쪽 참석 여부는 미정이다.
하마스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 북부 학교 외에도 중부의 알 누세이라트, 데이르 알 발라 등을 공격해 4명이 숨졌고, 이후 남부 라파흐 공습으로 3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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