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화재 못 막는 장비 설치해도 '돈 주는' 정부 [추적+]
전기차 공포의 시대 3편
충전율 제한 시 화재사고 예방
충전정보 교환돼야 제한도 가능
정부, 엉뚱한 설비에 보조금 지급
과충전방지 설비에 보조금 줘야
전기차 화재사고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기피하고 있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시 일어나는 화재사고를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자 정부는 충전 시 충전율을 강제로 낮추는 장치를 탑재할 경우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꽤 괜찮은 방법이지만, 이 보조금이 엉뚱한 데로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무슨 일일까.
성장을 거듭하던 전기차 시장이 정체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전기차의 가성비가 내연기관차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충전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데, 구매자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은 점점 줄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충전요금(전기요금)까지 오르는 추세다.
최근엔 전기차 화재사고 이슈까지 겹쳤다. 이로 인해 전기차를 무서워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사고는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고로 지하주차장에 있던 140여대가 불에 탔고, 전기 설비와 수도 배관까지 파손돼 5개동 480여가구의 전기와 물 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사실 전기차 화재사고는 1000도에 이르는 높은 온도, 빠른 확산, 긴 화재 지속시간으로 생각보다 큰 피해를 남긴다. 특히 전기차는 5년 미만이 대부분이어서 향후 노후 전기차가 늘면 화재사고가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기차 화재사고를 대비해 인명피해를 줄이는 거다. 현재 소방대가 출동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이동용 수조를 이용해 차를 물속에 집어넣는 방법, 질식소화포로 산소 유입을 막는 방법(질식효과), 계속 소화액제를 뿌리면서 소화를 기다리는 방법 등이 있다. 유조선 화재 소화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 하단에 배터리팩을 뚫고, 직접 물을 주사하는 방법도 개발돼 있다.
하지만 이런 대응책은 대부분 지상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방법들이다. 지하주차장 등에서 전기차 충전 시에 화재사고가 발생하면 진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도심지의 주거 형태는 아파트 등 집단거주가 대부분이어서다. 더구나 일부 아파트는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막거나 지하충전소 설치를 거부한다. 정부가 이런 상황에 걸맞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환경부는 이런 화재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기술적으로 전기차 충전율을 90% 이하로 제한하는 거다.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을 충분히 받아 고민한 결과다. 환경부는 전기차 충전율을 제한하는 장치를 탑재할 경우 일정 수준의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참고: 충전을 하고 있지 않은 전기차에서도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화재사고를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 보조금이 엉뚱한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충전기는 완속충전기인데, 이는 전기차와 충전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어 강제로 충전율을 제한하지 못한다.
그래서 완속충전기에 과충전방지 기능을 갖추고 충전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하면 보조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과충전방지 기능이 없는 장치에도 버젓이 보조금이 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충전방지 기능 없이 충전기를 설치하는 업자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이래서는 안 된다. 세부적인 지침을 잘 만들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충전방지 기능을 갖췄는지 실제 차량을 이용해 시험하고, 그 시험성적서를 공식적으로 제출받아야 한다. 그래야 전기차 화재사고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환경부는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하고, 사고는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 환경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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