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8명 중 1명 “돌봄 부담 큰데, 노후준비 못해”…사회 불안 인식도 높아

최서은 기자 2024. 8. 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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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년 8명 중 1명은 부모와 자녀에 대한 가족돌봄으로 인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노후 준비도 제대로 돼있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중년의 이중과업 부담과 사회불안 인식: 가족 돌봄과 노후 준비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45∼64세 중년 중 가족 돌봄 부담이 있으면서 노후 준비도 되지 않은 비율은 12.5%로 집계됐다. 보사연은 2022년 전국 3575명의 중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를 활용해 이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중년 4명 중 1명은 가족돌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가족돌봄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 등에서 어려움을 겪은 비율은 26.7%, 노후 준비를 못 했다는 응답은 43.0%로 나타났다. 돌봄 부담이 없고 노후 준비도 했다는 응답은 42.7%였다.

일반적으로 중년층은 청년기와 노년기 등 다른 연령집단보다 안정적이라고 인식되지만, 자녀와 부모 등 가족돌봄을 모두 책임지는 이중부양 부담이 있는 데다 본인의 노후까지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성인 자녀인 청년층의 교육수준 상향화로 인해 교육 기간이 연장되고,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일자리 감소로 인해 노동시장 진입 및 경제적 자립이 늦어지는 점은 중년층의 자녀 부양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층적인 노후소득 보장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시점에 노년을 맞이한 부모의 돌봄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이중과업 부담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돌봄 어려움이 있고 노후준비를 하지 않아 이중과업 부담이 모두 있는 집단의 비율은 40대 중후반인 경우, 경제활동 상태가 실업인 경우, 소득하위 계층인 경우에서 더 높았다. 반대로 가족돌봄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으며 노후준비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집단의 비율은 대학교 졸업 이상, 상용직, 소득 상위계층인 경우 더 높게 나타났다.

이중과업은 사회불안을 느끼는 정도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중년의 76.2%가 우리 사회가 불안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중과업 부담이 높은 중년의 경우 사회가 불안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돌봄 부담이 있고 노후준비가 안 된 중년의 사회불안 인식(85.4%)은 돌봄 부담이 없고 노후준비가 된 중년(74.2%)보다 11.2%포인트 더 높았다. 보고서는 “중년이 마주하는 이중과업은 중년의 사회적 불안을 높이고, 이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계층화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연구진은 “고령화, 만혼으로 인해 부모, 자녀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노동시장 불안정성과 공적연금 한계로 인해 노후준비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중년의 이중과업 어려움과 이로 인한 사회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보장 정책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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