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硏 "경기선행지수 상승세에도 주요 경제지표 부진...경기지표 예측력 재검토 必"
[파이낸셜뉴스] 최근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상승이 10개월 넘게 지속되고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동행지수와 주요 경제 지표들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과거 경기선행지수의 추이를 기초로 판단할 때 최근의 경기 부진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경제 부분 간 상호 연계성의 약화가 구조적으로 발생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경기 지표들의 예측력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조언이다.
11일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연구원(KIRI) 리포트 ''최근 경기선행지수의 추이와 경기 국면의 연관성 논의'를 통해 "최근 장기간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와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제 지표들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기 흐름 예측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4월 이후 지난 6월까지 1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고, 수출은 지난해 1월 이후 그 규모가 전반적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현재 경기 상황을 대변하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22년 8월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신호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2·4분기 GDP성장률도 전기 대비 -0.2%를 기록해 지난해 1·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이어지던 플러스 성장이 반전됐다.
과거(외환위기 이후) 경기선행지수의 추이를 통해서 판단할 때 10개월 이상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대부분 경기 상승을 예고했거나 경기상승과 동행했다는 점을 통해서 볼 때 최근의 경기지수의 추이는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외환위기 이후 총 11회에 걸쳐 10개월 이상 상승기를 보인 것으로 판단, 이들과 경기 순환과의 관계를 통해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경기선행지수 상승세를 평가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11개 상승기 중 1, 2, 4, 6, 7, 10 상승기는 경기 회복을 예측했으며 5, 8, 9 상승기는 경기상승기 중에 동행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2003년 5월 이후 11개월간 지속되었던 3 상승기만이 경기하락기에 소순환 형태로 나타나 경기상승과 무관했다는 평가다.
따라서 지난해 4월부터 14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11 상승기가 경기 회복과 무관하게 된다면, 이는 3 상승기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선행지수의 연속 상승이 경기 회복을 선행 또는 동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될 수 있다.
기선행지수의 구성 지표 중에서도 심리나 대외경제 관련 변수들은 상승세를 보인 반면, 실질 경제 활동을 선행하는 성격의 지표들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대조적이다.
경제심리지수나 수출입물가비율의 경우 2023년 초부터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반면, 건설수주액이나 기계류내수출하지수와 같이 실질적인 미래 경제 활동을 직접적으로 예고하고 있는 성격의 변수들은 같은 기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거나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경기동행지수에 포함되어 있는 생산, 건설, 소비 관련 지표들은 대부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거나 감소세를 보여 동행종합지수(순환변동치)의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회복에 대한 심리나 대외부문의 활성화와 같이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가 국내 생산, 소비, 투자 등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최근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괴리의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경기선행지수와 경기동행지수 사이의 괴리 현상으로 미뤄볼 때 경제 부문 간 상호 연계성에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이를 기초로 경기지표들의 효율성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가 급속히 블록화되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등 통상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수출 증가가 국내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장기 전망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산업, 계층, 기업 간 차이가 확대되며 특정 부문의 경기 회복 신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동력이 약화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가 어렵다"고 바라봤다.
이어 "향후 경기가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미 경기선행지수가 실제 경기 흐름을 정상적으로 예측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경제 환경의 구조적인 변화를 감안해 주요 경기선행지표들의 예측력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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