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거절하자 해고”“환자 앞에서 고성”···근기법 사각지대 노동자들 제보 보니

박채연 기자 2024. 8. 1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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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아우성’에 참석한 한 당사자가 지난해 7월4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사장이 제게 호감을 느낀다며 교제를 요청했지만 제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갑자기 그만둘 것을 요구했습니다.” (A씨, 2023년 11월 제보)

“원장이 환자들 앞에서 늘 소리를 지르고,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음에도 치료실로 들어와 준비가 미흡하다며 성질을 냈습니다. 불안과 불면증 때문에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심장이 뛰어 미칠 것 같습니다.” (B씨, 2024년 3월 제보)

불합리한 이유로 해고를 당하고, 직장내괴롭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등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11일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받은 이메일 제보 46건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메일 제보는 직장갑질119가 모두 신원을 확인했다.

생존권과 연관된 해고·임금 상담이 97.8%(45건, 중복 집계)로 가장 많았다. 이메일 상담 중에는 ‘갑자기 원장이 어느 날 제게 짜증을 내며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주휴수당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해고를 통보했다’ ‘식비 아끼려 점심 도시락을 싸 왔는데, 제 마음대로 할 거면 나가라며 해고 통보를 했다’ 등의 내용이 있었다.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정직 등이 제한된다’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등의 근로기준법은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초과 근무를 요구하면서도 초과 근무 수당은 지급하지 않는다는 제보들도 이어졌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연장·휴일 근로 등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임금 체불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직장내괴롭힘과 직장내성희롱에 대한 상담도 82.6%(38건)에 달했다. 상담 사례엔 ‘국장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성을 높이고 회의 중 본인 심기를 거스르면 폭언을 했다’ ‘대표는 자신과 같이 매일 점심 먹는 것이 업무라며 따르지 않으면 업무 불이행으로 해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경우엔 월급 줄 수 없고 받고 싶으면 소송을 걸라고 했다’ 등이 있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직장내성희롱 관련 규정은 적용되지만 직장내괴롭힘 금지에 대한 근로기준법에선 제외된다.

노동시간과 휴가 관련 상담은 28.2%(13건)였다. ‘창고 업무 중 목디스크가 생겨 3일 입원했더니 3일 급여를 차감했다. 연차 소진을 요구하자 이렇게 작은 회사에서 무슨 연차를 찾냐며 5인 미만으로 회사를 나눠버리면 된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지만 근로계약서엔 연차 제도가 명시돼 있다. 그런데 퇴사하면서 미사용 연차를 수당으로 받겠다고 하니 사장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연차수당을 안 줘도 되니까 받고 싶으면 소송을 걸라고 했다’ 등의 상담이 이어졌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임금명세서 미교부·4대보험 미가입 등 현행법 위반 사례에 해당하는 상담도 41.3%(19건)에 달했다.

직장갑질119는 “이 문제는 상시근로자 수와 무관하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매출이 낮아 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선 어떤 맞춤형 지원이 필요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 사내 공지에 버젓이 “우린 해고 가능”…5인 미만 직장인들의 ‘아우성’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7041612001


☞ 직장인 88%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필요”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414120002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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