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확인한 총·칼·활의 공통분모, 금메달도 결국 돈의 전쟁이다[2024 파리x결산]
대한민국 선수단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폐막을 사흘이나 남겨놓고 금메달 13개를 수확했다. 당초 5개가 목표라던 대한체육회의 예상을 보란듯이 제끼고 2012년 런던올림픽(금13·은9·동9)과 같은 수의 금메달을 따냈다.
금메달 13개 중 5개가 양궁, 2개가 펜싱에서 나왔다. 한국이 따낸 금달의 절반을 차지한 양궁과 펜싱의 공통점은 든든한 연맹 회장사다. 대기업을 뿌리로 두는 협회의 지원을 받는 종목의 성장세는 완전히 다르다.
양궁은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받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 겸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모든 하계올림픽에 선수단과 동행하며 직접 챙기는 정의선 회장은 파리에도 직접 와 선수들의 영광의 순간을 모두 함께 했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양궁을 지원하며 5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했다. 특히 2012 런던 올림픽 이후로는 연구개발 능력을 총동원해 양궁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슈팅 로봇이나 선수들의 자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훈련용 다중카메라, 활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등의 제공은 다른 나라 선수들은 꿈도 못 꿀 정도의 지원이다. 한국이 올림픽마다 양궁을 휩쓰는 ‘미스터리’의 실체중 하나로 꼽힌다.
전세계 최고의 성적을 유지하는 데 있어 아낌 없이 투자하는 현대차그룹과 정의선 회장은 여자 단체전 10연패와 함께 남자 단체전 연패를 이어가고 이번에는 아예 개인전과 혼성단체전까지 5개 종목을 전부 싹쓴 파리에서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았다.
펜싱에는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SK텔레콤의 지원이 있다. 20년 넘게 펜싱 종목의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를 위해 300억원 가량의 지원을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해외 전지 훈련 및 국제 대회 지원 등에 집중해 왔다. 특히 2004년부터 올해까지 국내에서 19회째 열린 SK텔레콤 국제 그랑프리 펜싱 대회 등으로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며 한국 펜싱의 산실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펜싱 대표팀은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도 진천선수촌에 올림픽 경기장과 같은 규격의 피스트를 만들고 관중 함성과 경기장 조명까지 동일한 조건을 맞춰 훈련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훈련 파트너와 전담팀, 전력분석관 파견은 물론 의무 트레이너까지 별도로 지원했다. 펜싱 경기장 인근 호텔을 선점해 선수들이 대회 기간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이번에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로 대선전하며 부활한 사격도 과거 한화의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인연이 끝났지만 한화가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아 지원한 20년 사이 사격은 부쩍 성장해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4개 대회에서만 금메달 5개, 은메달 7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었다.
한국이 강한 총, 칼, 활 종목은 모두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종목들이다. 장비를 갖고 과학으로 싸우는 종목에 있어서는 더욱, 결국은 꾸준한 경제적 뒷받침은 성적에 있어 필수, 가장 큰 배경이 된다.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지는 실력도 결국의 돈의 싸움이다. 올림픽도 전쟁이라며 해병대 훈련을 시키는 쇼맨십이 아닌, 실제적인 투자와 관심으로 성장시켜온 거대 회장사들의 지원이 한국의 올림피언들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파리올림픽의 금빛 잔치가 다시 확인해주었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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