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 진격 작전 닷새째…장기전으로 가나

박병수 기자 2024. 8. 11. 13: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시민 보호 위해 반테러 작전 돌입”
모스크바 대피 여성 “전쟁, 우리에게 왔다”
우크라이나군 장갑차량이 1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을 달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에 침입한 지 닷새가 지나면서 러시아도 군사적 대응에 본격 나서고 있다.

러시아 반테러위원회는 9일 저녁 성명을 내어 러시아 남서부의 “벨고로드와 브리얀스크, 쿠르스크 지역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반테러 작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도 소셜미디어에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의 파괴공작과 테러 위험이 커져서 대테러 작전에 들어갔다”고 적었다.

이에 따라 보안병력과 군병력은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해 들어온 이들 지역에서 전반적인 비상권한을 갖게 되어 이동 통제, 차량 징발, 검문소 설치, 주요시설에 대한 보안 조치 강화, 통신 감청 등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민간인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당국자는 11일 “우리 군에 요격된 우크라이나군 미사일의 잔해가 9층짜리 아파트에 떨어져 적어도 13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의 지방 정부는 민간인 소개에도 나서고 있다. 지역 주민의 대피를 도울 차량이 속속 동원되고, 수도 모스크바로 가는 열차도 증편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은 모스크바에 도착하면서 “전쟁이 우리에게 왔다”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7만6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가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 국경을 넘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군은 당시 우크라이나군 병력 1천여명이 국경을 넘어 탱크 11대, 장갑차 20여대 등을 몰고 진격해와, 국가방위군 병력 등을 동원해 격퇴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공식 언급을 삼가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 저녁 연설에서야 비로소 “전쟁을 적국의 영토로 밀어붙이고 군사행동에 나선 것”에 대해 군 지휘부의 보고를 받았다며 우크라이나군 병력의 러시아 영토 진입 사실을 에둘러 인정했다. 그는 관련 병사들의 노고와 희생에 감사를 표한 뒤 “우크라이나는 정의를 정말로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침략자들에게 필요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가 위성 사진을 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병력의 전격적인 진격을 멈춰 세우는 방어선 마련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국경에서 10㎞ 남짓 떨어진 러시아 도시 수자의 대부분 지역을 통제하고 있고, 벨고로드 지역의 마을 몇몇 곳도 점령하고 있다.

수자는 특히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송유관이 거쳐 가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이다. 또 수자에서 북동쪽으로 70㎞ 떨어진 곳에는 원자력발전소가 있어, 이곳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질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의 군사행동은 쿠르스크 원자력발전소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와 별개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10일 저녁 우크라이나 동북부 도시 하르키우를 포격해 3명이 숨졌고, 다음날엔 키이우 등을 공습해 두 명이 숨졌다. 또 러시아의 동맹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의 침략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국경수비 강화에 나서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진격에 나선 전략적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병력 분산을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가 본토 방어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어 있는 병력을 이동 배치하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공세에 시달리던 우크라이나군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 영토 점령을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평화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속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