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얼마나 올랐다고 거품론에 폭삭”...억울한 삼전·하이닉스 개미들에게 희소식은? [위클리반도체]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4. 8. 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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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승훈 기자의 위클리반도체 - 8월 둘째주]

“이거 어디까지 내려가는 거예요”

지난 5일 블랙 먼데이에 많이 놀라셨죠? 지난주에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월가에서 쏟아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많이 빠졌었는데요. 특히 삼성전자(-10.30%)와 SK하이닉스(-9.87%)가 급락해 놀라셨을 겁니다.

다음날엔 삼성전자(1.54%)와 SK하이닉스(4.87%) 주가가 반등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AI 거품론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주가는 회복되고 있고, 반도체 보조금처럼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이번주 위클리반도체에선 AI 거품론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향을 짚어보겠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다시 올라온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며 5일 국내 주식시장이 맥없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는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로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88.05포인트(-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머리를 만지며 고뇌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미국발(發) 공포에서 시작된 폭락을 놓고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AI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니 국내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도 폭락을 겪었다는 겁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주라면 엔비디아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계실 겁니다. 최근 엔비디아 신제품인 블랙웰 B200 설계에 문제가 발견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죠. AI 거품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엔비디아 결함 이슈가 불거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함께 흔들렸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SK하이닉스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겠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사실상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저가 매수할 기회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급락했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반등하기도 했죠. 특히 엔비디아 블랙웰 양산 지연이 삼성전자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HBM3E를 채택하는 블랙웰 출시가 지연되면 HBM3를 탑재하는 호퍼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며 “HBM3E로 생산 전환을 추진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삼성전자는 HBM3로 실적 개선을 견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가 HBM3E 검증을 통과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죠. 김 연구원은 “8~9월 엔비디아로부터 HBM3E 최종 승인을 받아 4분기부터 양산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것”이라며 “신제품 출시 지연에 따른 반사이익 전망과 과매도 상황을 고려하면 단기 반등 구간에 진입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최태원 SK 회장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오히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와 반도체에 힘을 실었습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9.87% 떨어졌던 지난 5일,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HBM 생산설비를 점검했습니다.

최 회장은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한 기업만이 살아남아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 상황이 위기라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최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차세대 제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임직원을 격려했습니다.

고객사인 AI 빅테크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했지만 SK하이닉스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겁니다. 단기적으로는 AI 빅테크 시장이 조정되더라도 HBM을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수요는 탄탄할 테니 차세대 제품 개발·양산에 힘쓰자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반도체업계 안팎에선 불안감이 여전합니다. HBM 캐파(CAPA·생산능력) 확대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죠. 고객사 부진이 장기화되면 HBM 수요도 덩달아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텐데 생산량을 확대해도 괜찮겠느냐는 걱정입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HBM 공급을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HBM 확대에 나섰죠.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과잉 공급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마케팅 담당은 “HBM은 고객 계약 물량을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며 “공급사들 캐파 확대에도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죠.

미워도 다시 한번, 美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등 19개 기업이 참석한 백악관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미국에서 나쁜 소식만 들려온 것은 아닙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6일 SK하이닉스에 직접 보조금 4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를 제공하는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했습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61억달러·약 8조3000억원)나 삼성전자(64억달러·약 8조8000억원)보다는 적지만 희소식입니다.

SK하이닉스 보조금이 적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투자 금액이 적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자해 패키징 공장을 지을 예정입니다. 텍사스주에 440억달러(약 60조9000억원)를 투자하는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소소해 보일 정도죠.

그래도 일단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르긴 했습니다.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SK하이닉스 주가는 16만9300원으로 전날보다 3.42% 상승헀죠. 이른바 ‘20만닉스’를 불렸던 과거와 비교하자면 개인투자자 성에 차지 않는 액수인 게 문제입니다.

미국발 오보에 삼성전자 주가도 출렁였습니다. 로이터통신이 삼성전자 HBM3E 8단 제품이 엔비디아 품질 검증을 통과했다고 보도했었죠. 삼성전자는 “고객사 관련 사항은 확인 불가”라면서도 검증이 계속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삼성전자는 관련 보도를 부인했지만 주가는 출렁였습니다.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왔던 지난 7일에만 전일보다 3.03% 상승한 겁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죠. 바로 다음날에 삼성전자 주가는 1.74% 하락했습니다.

미국에서 엔비디아(-5.1%) 마이크론(-2.5%) AMD(-1.2%) 등이 하락한 영향 때문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미국 소식에 따라 출렁이는 모양새입니다. 다음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쑥쑥’ 올라갈 소식만 들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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