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21개 학교 폭격, 수백명 사망...이스라엘 "하마스 대원 은신" 주장

김광태 2024. 8. 1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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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이후에만 학교 20여곳 타격
유엔 건물에도 약 200곳 포격
종전돼도 교육 시스템 복구 난망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시티 학교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마지막 피난처인 학교까지 폭격하자 국제사회의 비난과 휴전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들을 겨냥한 공격이었다고 반박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한 학교 건물을 공격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9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PIJ) 테러리스트 최소 19명이 제거됐다"라고 다른 주장을 내놨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폭격에 정밀 포탄 3기가 쓰였다"면서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이는 가자지구의 하마스 당국이 주장하는 규모의 피해를 일으킬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날 새벽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타바인 학교에서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무장대원 19명의 이름과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번 공격을 놓고 일제히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숀 세이벳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의 학교 공습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반복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많은 민간인이 계속해서 죽거나 다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타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휴전 및 인질 교환 합의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스라엘군의 학교 폭격을 가리켜 "이런 학살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휴전 협상 중재국에서도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집트는 외무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의 "고의적 살해"라며 이스라엘에 종전을 향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이스라엘이 학교와 난민촌 공격을 계속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독립적인 유엔 조사관을 파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에 대한 진실 공방은 차치하더라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민의 마지막 대피소 역할을 하는 학교를 계속 공격해왔다는 지적을 피해 가지 못할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자지구 내 학교와 병원 등 피란민이 밀집한 시설을 여러 차례 공격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가자지구 내 최소 21개의 학교 건물이 공격받아 사망자 수백명이 나왔다.

많은 가자지구 주민들은 절망적인 전쟁통에 그나마 조금 더 안전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대피소로 바뀐 학교 교실이나 복도,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머무르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많은 사람에게 학교는 피난처를 찾고 음식과 물에 접근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사생활도 보장되지 않고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상황은 끔찍하지만, 학교에는 벽이 있고 제한적이지만 수도 시설도 있기 때문에 대피소로서 괜찮은 선택지라는 것이 주민들의 전언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유엔 건물도 약 200차례 공격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줄리엣 투마 대변인은 "이는 전례가 없는 수치"라며 "2014년 가자지구 분쟁 때는 유엔 건물 단 한 곳만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그간 학교 등을 공격하는 명분으로 하마스 대원들이 은신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마스가 학교나 병원, 대피소를 기지 삼아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최근 몇 주간 학교를 대상으로 공격할 때마다 "민간인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조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조처에는 정밀 무기 사용, 공중 정찰, 첩보 활용 등이 포함됐다고 했다.

학교 공격은 교육 시스템 파괴라는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전쟁으로 가자지구 내 수업이 중단된 데다 공습으로 건물까지 무너진 상태라 이 지역의 교육 시스템이 송두리째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UNRWA의 투마 대변인은 "최근의 학교 공격은 전쟁이 끝난 뒤까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많은 학교가 폭격받았거나 학교 내부에 불발탄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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