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황제’ 신상사 별세…“마지막 남은 1세대 조폭”
‘명동 황제’로 불리던 1세대 조폭 신상사(본명 신상현)가 지난 10일 오전 향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 고인은 김두한, 이정재, 시라소니(본명 이성순)와 같은 시기 활동해 ‘생존한 대한민국 조폭의 최고 실세’로 꼽혔다.
1932년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숭실고등보통학교를 중퇴하고 1949년 육군에 입대했다. 이후 지리산 공비 토벌 작전에 투입되고, 6·25 전쟁 당시 경북 영덕군에서 북한군과 전투를 벌이다 총상을 입기도 했다. 1953년 대구 특무부대에서 1등 상사로 전역한 경력 때문에 ‘신상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1954년 대구에서 상경한 뒤 명동 중앙극장 옆을 본인의 근거지로 삼았다. 당시 우미관의 김두한, 명동 시공관의 이화룡, 종로파의 이정재가 서울에서 삼각 구도를 이루고 있었다. 고인은 독자 조직을 꾸리며 이화룡의 명동연합에 느슨하게 결합했다.
고인은 1958년 9월 정치 깡패 이정재와의 ‘충정로 도끼 사건’으로 구속돼 1년 6개월 간 투옥됐다. 감옥에서 나온 직후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이정재가 사형 당하자, 1960년대 중반 조직을 재건했다. 고인은 1970년대까지 명동을 장악하고 신상사파의 보스로 활동했다. 주먹 세계에서 은퇴한 후에는 수입 자동차 대리업 사업을 했다. 2004년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1억57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회고록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에 따르면 고인은 탁월한 발차기 실력과 빠른 선제 공격, 상대의 눈 같은 급소를 가격하는 싸움 기술을 선보였다고 한다.
고인은 미디어에 잘 나오지 않거나 단명(短命)한 기존 조폭들과 달리 90이 넘는 나이까지 활동을 해왔다.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회고록을 출판하기도 했다. 2003년 김두한 등 1세대 조폭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야인시대’가 흥행하면서, 1세대 조폭의 이야기를 자주 회고해왔다.
2009년 있었던 고인의 딸 결혼식에는 영화 ‘친구’의 실제 모델인 칠성파 두목 이강환을 비롯, 일본 야쿠자 간부 4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후 2022년 이강환의 팔순 잔치에 참석하거나, 지난해까지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고인은 회고록에 “지금의 주먹 세계는 돈과 폭력만 있을 뿐 낭만과 가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씨가 활동을 하던 시기 조폭들은 칼 같은 흉기를 사용하거나 다수가 소수를 공격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인은 1975년 1월 신상사파가 범호남파 행동대장 조양은에게 습격을 당한 ‘사보이호텔 습격 사건’ 이후 상대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합의서를 써줬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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