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천주교 신부 사택, 종교 활동 공간이면 재산세 안 내도 돼”
천주교가 성당 밖에서 활동하는 신부에게 제공한 아파트에도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위치는 달라도 비과세 대상인 종교 시설로 인정한 것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서지원 판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유지재단이 서울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재산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6월 5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천주교 재단은 2010년 10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지하 2층·지상 12층 규모의 아파트를 통째로 사서 종교 활동을 위한 시설로 이용했다. 아파트 내 총 19개 호실 중 4곳은 ‘특수사목 사제(司祭)’들이, 나머지는 은퇴하거나 휴양 중인 신부들이 썼다. 특수사목 사제는 청소년, 병원 등 특정 대상·분야를 정해 성당 밖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신부들이다.
강남구청은 2022년 7월과 9월, 특수사목 사제가 머물고 있는 4개 호실에 대해 재산세와 지방교육세 등 300여 만원을 부과했다. 천주교 측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 심판을 청구했으나 이듬해 5월 기각됐고, 곧이어 행정소송을 냈다. 재단은 ‘종교 단체 또는 향교가 과세 기준일 현재 해당 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면제한다’는 지방세특례제한법 50조 2항을 근거로, 이 아파트가 비과세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아파트에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며 천주교 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서 판사는 “특수사목 사제도 천주교의 가르침이나 교리를 전파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본당에 있는 사제들과 본질적 차이가 없다”며 “종교활동에 필요불가결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다.
또 “특수사목 사제들은 아파트 1층의 경당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 등 종교 생활을 영위하면서 거주하고 있다”며 “이 아파트는 단순히 특수사목 사제들이 일상생활만을 영위하는 곳이 아니라, 종교적 공동체를 형성해 집단적으로 종교 생활을 영위하는 곳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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