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갇힌 동박업계 "투자 속도 조절"

이시은 2024. 8. 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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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EV)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 소재인 동박 사업의 실적 부진도 길어지고 있다.

하반기까지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박 업계는 투자 속도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동박사인 SKC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설비 증설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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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성장률 올 '반토막'…동박 수요도 둔화 예상
롯머티·SKC, 포트폴리오 다각화 통해 수익성 개선

[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전기차(EV)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 소재인 동박 사업의 실적 부진도 길어지고 있다. 하반기까지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박 업계는 투자 속도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스마트 팩토리 전경.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동박사인 SKC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설비 증설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을 목표로 수립한 연산 3만 톤 규모의 스페인 카탈루냐주 몬루이치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엔드 동박 공장 건설 계획을 2027년 6월 완공으로 미뤘다.

이에 따라 올해 스페인 내 투자 금액은 18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낮춰진다. 북미 프로젝트 역시 미국 정부의 정책 변동성을 감안해 투자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C 역시 올해 동박 판매량 목표를 보수적으로 재설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규 공장 투자에 대해서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생산 거점의 최적화에 우선 집중할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2월에는 설비투자(CAPEX) 비용을 작년 1조7000억원에서 절반 수준인 7400억원으로 낮춘다고 밝힌 바 있다.

불안한 대외 환경이 지속되면서 동박업계 전반적으로 영업이익이 부진을 이어가면서다. 특히 SKC의 경우 영업손실 627억원을 기록하면서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SKC의 부채비율은 1분기 말 기준 176.65%로, 통상 안정적이라고 보는 100%의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경우에는 올해 영업이익 30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하면서 선방했으나, 전 분기 대비해서는 약 30% 가량 하락세를 보였다.

캐즘 장기화와 함께 미국 대선 등 정책 변동성이 커지면서 적어도 3분기까지는 부진한 성적표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예상 판매량은 1641만2000대로, 작년 성장률 전망치(33.5%) 절반 수준인 16.6% 증가를 예상했다. 김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기획부문장은 "최근 전기차 수요 전망치 축소와 고객사의 가동률 저하, 재고 조정 등으로 3분기에선 일시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SKC 반도체 패키징용 글라스기판. [사진=SKC]

동박업계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이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SKC 반도체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글라스기판 등 신규 핵심 사업의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라스기판은 플라스틱보다 두께를 줄이기 쉽고 전력 소모도 적어, 반도체 패키지의 데이터 속도와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SKC의 글라스 기판 합작사 앱솔릭스는 최근 조지아 1공장을 완공해 시운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최태원 회장이 앱솔릭스를 방문해 빅테크 CEO에 글라스기판을 직접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SKC는 조지아 1공장을 통해 주요 데이터를 확보하고, 제2공장 설립에 대한 검토를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하이브리드용 동박 판매량을 제고한다. ESS용은 핵심 고객 판매량이 전년 대비 90% 이상 증가했으며, 하이브리드용 역시 전년 대비 4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에도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에 적극 대응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시은 기자(isieun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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