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활 건 이유는?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8. 1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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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남서부에서 최대 규모 공격
①서방세계 ‘지원 무용론’ 불식 의도
②11월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고려
③종전 협상에서 우위 점하려는 포석
러시아군은 8일(현지시간) 자국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 전차를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사진=AFP연합]
우크라이나가 동부 하르키우주 등에서 러시아에 밀리고 있는 가운데 2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에 진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은 ‘불허’했기 때문에 이번 공격에 상당한 결단이 필요했을 수밖에 없어서다.

외신과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의 공격 이유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 고려 등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주택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우크라, 개전 이후 최대 규모 진격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4개 여단을 동원해 러시아 남서부 국경 지대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에서 러시아 방향으로 약 34 전진했고, 러시아 영토 약 350㎢를 점령했다고 추산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M2 브래들리 장갑차와 하이마스(다연장 로켓 무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를 투입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은 매우 위협적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주 쿠르차토프에 있는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원전 근처에서 요격된 미사일 파편이 발견됐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했다고도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향해 쿠르스크에서의 전투에 자제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또 쿠르스크에 연방 차원의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대테러 작전 체계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주민 7만6000명이 대피했고, 일반인의 통행과 통신이 제한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의 가장 대규모 공격”이라고 평가했고, WP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최대 난제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우크라 최대 규모 ‘전면전’의 이유
우크라이나의 진격 감행 이유는 우선 서방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 무용론’을 불식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한 서방에서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지원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전쟁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는 없어도 분명 러시아에 유의미한 피해를 가할 순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자 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
특히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공격 시점’을 두고 ‘트럼프 변수’를 염두에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가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지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혈세 낭비’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에 끝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약 20% 차지한 현재 상황을 인정하면서 전쟁이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대선 이후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기획했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 본토 일부를 우크라이나가 쥐고 있으면 향후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영토 교환을 제안할 수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종전 방안을 논의하는 각종 국제 회의에 한 번도 러시아를 초청하지 않았는데,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오는 11월에 열릴 예정인 ‘2차 평화정상회의’에 러시아를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저지할 목적으로 러시아의 허를 찔렀다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동부 도네츠크주와 하르키우주에서 러시아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를 인용해 이번 공격에 대해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 일부를 철수시키기 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이날 공식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에 대해 “침략자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초기부터 분석해 온 폴란드 로찬 컨설팅의 연구원 콘라드 무지카는 “이번 진격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에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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