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영상 없으면 환불 불가”···아이돌 굿즈 판매 횡포에 제재

김세훈 기자 2024. 8. 1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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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4대 연예기획사 자회사 과태료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를 표현한 일러스트(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김상민 화백

‘아이돌 굿즈’를 판매하면서 교환·환불 기간과 조건을 임의로 제한한 하이브·SM 등 국내 4대 연예기획사 자회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아이돌 굿즈는 아이돌의 사진이나 로고, 캐릭터 등을 사용하여 만든 상품이다. 다만 매출 규모에 비해 과태료 부과액이 미미해 제재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국내 주요 아이돌 굿즈 판매사업자 4곳에 시정명령·경고와 과태료 1050만원을 부과했다고 11일 밝혔다. 판매 사업자는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SM브랜드마케팅, JYP엔터테인먼트 자회사 JYP쓰리식스티, YG엔터테인먼트 자회사 YG플러스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청약철회 기간을 임의로 줄여 상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전자상거래법은 상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3개월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SM과 JYP는 상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7일 이내로만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기재했다. 이들은 상품이 배송 도중 분실된 경우 청약철회 기한이 3개월임에도, ‘배송이 시작된 지 30일 이후’부터는 보상이 어렵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청약철회 대상 상품과 조건을 제한한 경우도 여럿 적발됐다. 위버스와 SM은 상품 포장을 개봉하면 반품 접수가 안 된다고 안내했다. SM과 JYP는 구성품 누락 등으로 교환·환불을 받으려면 상품 개봉 때 촬영한 동영상이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SM·JYP·YG는 단순 예약 주문 상품을 주문제작 상품으로 구분해 반품을 제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거짓·과장된 사실을 알려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위버스는 상품의 수령 일자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거래정보 제공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있다. 다만 공정위는 업계에서 위반행위를 자진 시정한 것을 감안해 위버스에는 과태료 300만원, 나머지 3사에는 과태료 25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6600억 매출에 과태료 1000만원···효과 있을까

일각에선 과태료 액수가 해당 업체들의 판매 규모에 비해 너무 미미해 제재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4사의 매출액 합계는 지난해 기준 66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주 고객층은 상대적으로 법률 지식이 많지 않은 10대 청소년이다. 불이익을 받아도 적극 대응하기 어렵고, 구매력에도 차이가 있어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

이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 행위에 500만원, 정보제공의무 위반 행위에 1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자진시정을 하면 50%가 감경된다. 시정조치명령 불이행이나 동일 위반행위를 반복하는 등 영업정지 사유가 아니면 매출액에 비례해 매기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엄격한 조건 탓에 전자상거래법상 과징금이 부과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자진시정을 통해 같은 행위를 앞으로 못하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는 몇 년 전에도 있었다. 공정위는 2019년에도 YG플러스 등 굿즈 판매사업자 8개사에 청약철회 방해 등 혐의로 총 3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청약철회를 방해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은 것이다. 동일 위반행위를 판단하는 기준도 3년이라 이 기간이 지나면 같은 행위로 적발되더라도 가중처벌이 쉽지 않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같은 금액이라도 성인과 청소년의 피해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아이돌 굿즈 시장은 계속 커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가중처벌 요건을 완화하는 등 청소년 소비자를 좀 더 두텁게 보호할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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