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버려진 '링 모양 원반'에 죽어가는 바다표범

플라잉 링에 목이 걸린 바다표범의 모습. Gower Seal Group 제공.

해변에서 사람들이 아웃도어 스포츠로 즐기는 ‘원반 던지기’가 바다표범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운데가 뚫린 링 형태의 원반이 문제가 되고 있다. 

10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야생동물 구조 자원봉사자들은 사람들이 날린 ‘플라잉 링’에 목이 걸려 사망하는 어린 바다표범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잉 링은 던지기 도구인 원반의 일종으로 훌라후프처럼 테두리만 있고 가운데는 뚫린 형태를 갖고 있다. 비행 성능이 좋아 던지기 놀이를 할 때 사용하기 좋다. 

보도에 따르면 고리처럼 생긴 형태 때문에 바다표범의 머리가 플라잉 링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바다표범 관련 영국 지역 단체인 '가워 바다표범 그룹'은 “플라잉 링은 바다표범 목에 상처를 입히고 감염을 일으킨다”며 “많은 바다표범들이 이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영국 웨일스에 있는 항만도시인 스완지와 가워 반도에서 버려지는 플라잉 링이 바다표범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플라잉 링 사용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플라잉 링에 목이 걸린 바다표범의 모습. Gower Seal Group 제공.

플라잉 링으로 부상을 입은 바다표범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마리당 1만5000파운드(약2614만원)로 추산된다. 바다표범이 치료를 받고 상처가 아무는 단계에 이르러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이때 항생제, 진통제 등이 많이 쓰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플라잉 링은 개당 1~2파운드 수준으로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이삼천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가지고 놀다가 쉽게 버리는 경향이 있다.

버려진 플라잉 링이 바닷속을 유영할 때 특히 호기심이 많은 어린 바다표범들이 이를 가지고 놀게 된다. 링에 머리를 밀어넣는 등의 놀이를 하다가 결국 목에 걸리는 사고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플라잉 링은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이기도 하다. 바다표범뿐 아니라 많은 해양생물에게 해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완지는 지자체 차원에서 플라잉 링 대신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되는 일반 원반을 사용하도록 권장할 예정이다. 

롭 스튜어트 수완지 지방의회 의장은 “고리형 원반보다는 가운데가 막힌 원반을 사용해야 바다표범을 보호할 수 있다”며 “또 원반이 바다에 버려지지 않게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