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 리듬으로 20년, 킹스턴루디스카의 멈추지 않는 잔치

이준헌 기자 2024. 8. 1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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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킹스턴루디스카의 20주년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뛰다가 힘들면 잠시 뒤쪽이나 옆으로 가서 쉬시다 오셔요. 운동 많이 하면서 이번 콘서트를 준비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체력 안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 9일 트럼본·트럼펫·베이스·드럼·기타와 목소리가 어우러져 한바탕 신나는 곡을 마친 무대에서 보컬 ‘슈가 석율’이 관객을 향해 말했다. 이곳은 스카음악을 하는 밴드 SKA BAND ‘킹스턴루디스카’의 2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린 서울 홍대인근의 상상마당 내 라이브홀이다. 킹스턴루디스카의 데뷔는 2004년이다. 그 사이 5번의 월드컵이 치러졌고 6번째 올림픽이 폐막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SKA BAND를 지켜왔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사이 20대이던 팬은 40대가 됐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킹스턴루디스카의 멤버들. (왼쪽부터) 최철욱-트럼본, 피인혁-베이스, 성낙원-색소폰, 슈가석율-보컬&퍼커션, 서재하-기타, 김정근-트럼펫, 임채선-건반, 황요나-드럼.

킹스턴루디스카는 스카-재즈, 레게, 덥 등 자메이카 음악의 근간을 존중하면서 한국 특유의 리듬과의 융화를 이뤄낸 대한민국 최초의 스카밴드로 불린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이들은 일본 ‘Tokyo Ska Paradise Orchestra’, ‘Eskargot Miles’, ‘Cool Wise Man’, 북미 ‘The Slackers and Chris Murray’ 덴마크 ‘Babylove & The Van Dangos’, 태국 ‘T-bone’, 프랑스 ‘Babylon Circus’, 멕시코 ‘Out of Control Army’, 네덜란드 ‘Amsterdam Faya Allstars’, 독일 ‘Dr. Ring Ding Ska-Vaganza’, 오스트레일리아 ‘Skazz’ 등의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특히 자메이카 음악 장르의 레전드라 평가받는 ‘Dr. Ring Ding’과는 미국 시카고의 자메이칸 뮤직레이블 ‘JUMP UP RECORD’에서 라이센스를 취득해 함께 곡 작업한 EP <Ska N’ SEOUL>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 ‘The Eskargot Miles’와 와 함께 작업한 EP <Far East Asia>는 ‘재패니스 레게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한국밴드의 일본차트 정상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전 세계의 레게스카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이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에라 네바다 월드 뮤직페스티벌(미국), 빅토리아 스카 레게 페스티벌(캐나다), HKIRSF2017 (홍콩), 논스톱 스카! 뮤직페스티벌(멕시코) 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한국밴드로는 이례적으로 쿠바와 북미에서 단독으로 투어를 진행했다.

콘서트를 마치고 만난 리더 최철욱(47세, 트럼본)씨는 20년을 지켜온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힘들고 지치는 삶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지만 음악과 여러 예술이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와 기운이 주는 희망과 긍정의 마음이 원동력이다.”라고 답했다. 또, “스카라는 장르가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더 깊게 집중하는 과정에서 더욱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와 멜로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가장 표현하고 싶고 연주하고 싶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장르가 스카입니다.”라고 했다. 오랫동안 해왔지만 음악에 사용해보고 싶은 재료들은 아직도 엄청 많이 남아있다는 말도 남겼다. 앞으로의 20년을 묻는 말에는 “길다면 긴 20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나 빨리 다가왔기에 다음 20년은 조금 더 늦게 맞이하고 싶은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이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나이의 관중이 공연장을 찾았다. 철욱씨는 팬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20주년 기념 공연에 오신 한 분이 말씀하시길 ‘우리도 20년이라는 세월을 그대로 먹었다. 우리 나이를 생각하면 이제 디너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셨어요. 이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고민해보게 되는 현실을 맞이했습니다. 그럼에도 세월이 더 흘러 진짜 디너쇼가 논의될 때까지 같이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두 손 꽉 잡고 거친 항해를 이어나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잔치 음악은 잔치가 벌어지는 곳에서 들어야 제맛이다. 킹스턴루디스카의 음악이 그렇다. 킹스턴은 라이브 음악에 강한 밴드다. 헤드폰을 끼고 듣는 이들의 음악도 좋지만 공연장에서 듣는 이들의 음악은 마치 여행 유튜버들의 여행 영상만 보다가 내가 직접 여행을 간 느낌이랄까.

8월 16일과 17일 제주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스페팅 스톤’에서 주인공 격인 헤드라이너로 킹스턴루디스카가 무대에 오른다. 이후 24일 부산에 있는 ‘공간겟츠’에서는 단독공연이 9월 7일 강원도 양양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THE GRATEFUL CAMP 2024’에서 역시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사진·글 이준헌 기자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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