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가 돌려준 희귀병 약값, 대법 “실손보험 청구 안돼”

박혜연 기자 2024. 8. 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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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항암제를 사용한 환자에게 제약사가 약값 일부를 돌려주는 ‘위험분담 환급금’은 실손보험금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험분담제는 효과가 불확실하지만 비싼 희귀약을 이용한 환자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급여를 주되, 제약사도 약값의 일부를 부담하게 해 난치병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대법원 전경./뉴스1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이모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암에 걸린 이씨의 배우자는 2022년 2~7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를 자신의 돈으로 처방받았다. 이씨는 이후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사로부터 약값의 일부인 약 1500만원을 돌려받았다.

이씨는 위험분담 환급금 1500만원을 포함, 치료비 전체인 약 3600만원에 대한 실손보험비는 메리츠화재에 청구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위험분담 환급금은 돌려받을 돈이므로 본인부담금이라 볼 수 없다”며 실손보험비를 일부만 지급했다. 이에 이씨는 “지급받지 못한 보험금 약 1415만원을 달라”며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쟁점은 제약사로부터 받은 위험분담 환급금이 본인부담금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이씨의 실손보험 약관에는 ‘의료급여 중 본인부담금의 90%와 비급여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하며, 이때 본인부담금이란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이라고 규정돼 있었다.

1심은 환급금이 본인부담금에 포함된다고 봤지만, 2심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1심은 “보험약관상 위험분담 환급금이 메리츠화재가 보상해야 할 손해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돼 있지 않다”며 “보험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인 원고에게 유리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보험사가 실손보험비 약 1400만원을 이씨에게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2심은 “본인부담금은 최종적으로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경제적 지출 금액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하지만 환급금은 종국적으로는 제약회사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이므로, 피보험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환급금은 이씨가 실제로 낸 게 아니라, 제약사가 부담했기 때문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이 환급금은 실손보험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부분만이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한다”며 “위험분담 환급금은 결국 약제비용 중 일부를 제역회사가 부담한 것이지,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해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오히려 (피보험자에게)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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