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부당대출"

이경남 2024. 8. 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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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대출 616억원, 이중 350억 부당 취급…269억 부실
회장, 친인척 영향력 행사했나…심사·사후관리 미흡 정황도
"지주회장 권한 집중, 은행 내부통제 미작동…엄중 인식"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등에 수백억원대의 부당대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허위 서류 제출 등의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주 회장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받았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우리은행 대상 현장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 은행에서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회사인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454억원의 대출을 취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1개 차주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이 전직 혹은 현직 대표나 대주주로 등재된 사실이 있는 법인과 개인사업자다. 

원리금 대납사실까지 고려하면 해당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 대상 162억원의 대출이 추가로 있었으며 이를 포함할 경우 총 42건, 616억원의 관련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금감원은 확인했다.

특히 일부 대출 중 28건(취급액 350억원)은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 및 절차를 지키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별도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을 실행했거나,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담보설정하고 보증여력이 없는 보증인을 근거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A법인 대상 부동산 매입자금 대출과 부동산 리모델링공사자금이 이 은행에서 연달아 취급됐는데, 1차 대출 실행 후 차주가 제출한 부동산 등기부등본 상 부동산 실거래가(20억원)가 차주가 대출 신성 시 제출한 매매계약서 상 매매가격(30억원)에 미달했지만 사실확인 없이 2차 대출이 실행됐다. 

B법인이 대출신청시점에서 완전자본잠식상태였음에도 선순위 근저당건이 설정돼 가용가액이 전무한 부동산 담보를 바탕으로 대출을 신청했는데, 해당 법인의 신용도를 오히려 상향 평가해 2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어준 사실도 확인됐다. 

사후관리에서도 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받은 대출이라는 이유로 촘촘한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도 적발됐다. 

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C법인은 직전 실행된 대출이 본래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돼 회수조치를 받았다. 용도외유용 이력이 있어 D 법인에 대한 추가 대출 취급을 위해서는 지점전결이 아닌 본점 승인이 필요했지만 지점전결로 대출이 나갔다. 

D법인은 실제 신용등급을 고려하면 대출취급을 위해서는 지점전결이 아닌 본부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해당 법인의 신용등급을 근거 없이 상향 평가해 지점전결로 대출을 취급했다. 이후에 신용등급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신용등급 재평가가 필요하긴 했지만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부실한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는 대출부실로 이어졌다. 전체 대출 중 19건(269억원)에 대해서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가 진행중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게 금융지주 회장이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 측은 해당 회장이 지주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건은 5건(4억5000만원)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지주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체계에서 금융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관련 법령 위반소지 및 대출취급 시 이해상충 여부 등에 대한 법률검토를 토대로 제재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검사과정에서 발견된 문서 위조,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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