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치어리더가 된 혜리···“좋은 추억처럼 꺼내보고 싶은 영화”

허진무 기자 2024. 8. 11. 11: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빅토리’서 치어리딩 연기 도전
펌프·삐삐·다마고치···Y2K 추억 물씬
“서른 살 되니 새로운 챕터 열려”
배우 이혜리는 영화 <빅토리>에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결성하는 여고생 ‘필선’을 연기한다. 마인드마크 제공

배우 이혜리(30)가 치어리더로 변신했다. 영화 <빅토리>에서 1999년 거제도에서 댄서를 꿈꾸는 여고생을 연기한다. 이혜리는 지난 7일 기자와 만나 “어렸을 때 좋은 추억처럼 계속 꺼내보고 싶은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한 번쯤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잖아요. 이 영화를 보다 보니 저한테 없는 기억까지 떠오르는 것 같더라고요. 저를 응원해 주는 가족들, 친구들, 팬들이 이 영화를 보고 ‘응원받았어’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빅토리>는 힙합 댄스에 빠진 여고생 ‘필선’(이혜리)이 단짝 친구 ‘미나’(박세완), 서울에서 온 전학생 ‘세현’(조아람)과 함께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결성하는 이야기다. 이혜리의 말처럼 <빅토리>에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Y2K’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장면이 많다. 첫 장면부터 필선과 미나가 오락실 댄스 게임기 ‘펌프’ 발판을 현란하게 밟는다. 휴대용 수신기기 ‘삐삐’, 애완동물 육성 게임기 ‘다마고치’,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 등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이어진다.

“90년대는 문화가 달랐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아줌마, ○○이 있어요?’하면서 친구들 집에 찾아가 밥을 얻어먹었어요. 친구가 집에 없을 때도 친구 컴퓨터로 테트리스 게임을 하기도 했어요. 저한테는 너무 좋은 추억들이에요. 어린 친구들에게 그 시절을 조금 경험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배우 이혜리는 영화 <빅토리>에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결성하는 여고생 ‘필선’을 연기한다. 마인드마크 제공
배우 이혜리(가운데)와 박세완(왼쪽)은 영화 <빅토리>에서 단짝 친구인 ‘필선’과 ‘미나’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마인드마크 제공

이혜리는 인기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이다. 코레오그래피(안무)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힙합 댄스’와 ‘치어리딩’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박범수 감독은 이혜리에게 “필선이는 멋있는 친구야. 무조건 멋있어야 해”라고 주문했다. 이혜리는 헐렁한 티셔츠와 통 넓은 바지를 입었다. 촬영 시작 3개월 전부터 춤 연습에 돌입했다. 연습실에 펌프 기계도 옮겨와 ‘미나’ 역의 박세완과 맹렬히 연습했다. 가요 프로그램이 생각나는 카메라의 움직임에 맞춰 시원시원한 춤선을 보여준다.

“MBTI가 ‘J’(계획형)여서 시나리오를 보며 뭘 해야 하는지 목록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11곡을 춤춰야 하는 거예요. 필선이는 힙합 열정이 큰 만큼 멋있어야 하는데 제가 춤을 못 추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걱정이 들었어요. 진짜 대역 없이 발동작까지 전부 저희가 다 한 거예요.”

실제 동갑내기 배우 박세완과의 호흡이 돋보인다. 이혜리는 부산 출신인 박세완에게 수차례 ‘사투리 레슨’을 받았다고 한다. 두 배우가 춤을 함께 추는 장면도 많다. 극중 ‘미나’는 “조연이라도 된 것 같아서 좋았다”라고 말하고, ‘필선’은 “우린 다 주연”이라고 대답한다. 이혜리는 “가장 사랑하는 장면이고 대본 리딩 때부터 제 ‘울음버튼’이었다”라고 말했다.

“작품에 처음 들어갈 때 세완이가 ‘필선아, 이 작품은 네가 빛나야 돼. 나는 너를 빛내기 위해서 뭐든 다 할 거야’라고 말했어요. 그때 정말 필선이랑 미나가 된 것 같았죠. 가까이 호흡 맞춘 또래 여자친구가 처음이라 정말 많이 의지했어요.”

이혜리는 올해 서른 살이 됐다. 이혜리는 “서른 살이 되니 새로운 ‘챕터’가 열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걸스데이 데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예능 <놀라운 토요일>’을 지난 챕터로 꼽았다. “원래 10대 때 자아성찰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땐 너무 바빠서 20대가 돼서야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가장 행복한 것이 뭘까’ 고민했고, ‘그걸 해보자’고 도전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이런 걸 해보면 어때?’ 싶은 걸 용기 있게 하나씩 실현해가고 있어요.”

배우 이혜리는 영화 <빅토리>에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결성하는 여고생 ‘필선’을 연기한다. 마인드마크 제공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