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캠프 뚫려 자료 유출…“이란 해커들 소행” 주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9일 몬태나주 보즈먼에서 유세하고 있다. 보즈먼/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캠프가 해킹에 뚫려 부통령 후보인 제이디(J.D.) 밴스 상원의원에 대한 조사 자료 등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22일부터 ‘로버트’라고만 밝힌 익명의 인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 고위 인사한테서 빼낸 것으로 보이는 내부 논의 자료를 자사에 이메일로 보내오기 시작했다고 10일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여기에는 밴스 의원에 대한 2월23일자 검토 자료도 포함됐으며, 자료들은 실제로 캠프에서 작성됐다는 점을 관련자들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밴스 의원에 대한 271쪽짜리 자료는 주로 공개리에 한 과거 언행을 담고 있는데,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에 대해 “잠재적 취약점”이라는 평가가 붙어 있다. 밴스 의원과 부통령 후보 경쟁을 벌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에 대한 자료도 있다. 폴리티코에 이메일을 보낸 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적 사안에 대한 자료나 법정 자료부터 캠프 내부 논의 내용까지 여러 자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로버트’는 자료 입수 경로에 대한 질문에 “내가 어디에서 이것들을 구했는지 궁금해하지 말라”며 “이런 질문에 답하면 나도 위험해지고 당신들도 보도에 법적 제약을 받게 된다”고 이 매체에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이 자료들은 미국에 적대적인 외국 세력이 2024년 선거에 개입하고 우리의 민주적 절차에 혼란을 일으키려고 불법적으로 입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요일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란 해커들이 6월에 미국 대선캠프 고위직 계정에 침투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며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느 쪽 캠프가 이란 해커들한테 뚫렸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2020년 살해당한 것에 보복하려고 이란 쪽이 트럼프 전 대통령 살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들이 입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검찰은 이란과 연계된 파키스탄 국적자가 저격수를 고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꾸몄다며 지난 6일 그를 기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와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