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의료문제 해결 나선 `AI 연쇄창업마`, "당뇨망막증 진료 플랫폼 만들었죠"

이미선 2024. 8. 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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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클롭 대표
삼성전자서 10년간 연구원 생활
디지털 헬스케어시장 개척 1세대
앞선 성공 바탕으로 안과분야 도전
김현준 클롭 대표가 지난 5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기자를 만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현준 클롭 대표.

'연쇄 창업마'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클롭을 이끄는 김현준(47·사진) 공동대표를 지칭하는 말이다.

지난 5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이러한 별명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재 클롭 외에 투자회사 바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자신이 투자한 기업도 30곳에 달한다. 앞선 전적도 화려하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10여 년간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음성인식 엔진을 개발하는 등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5'부터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음성인식 등의 기술 개발을 도맡았다. 그러다 돌연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동료 2명과 함께 AI 의료기업을 창업했다. 이 기업이 2014년 설립된 뷰노다.

김 대표는 "AI 기술을 오랜 기간 연구하다 보니 이를 통해 뭐라도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뷰노는 국내 헬스케어 AI 산업에서 상징적인 기업이다. 헬스케어 AI가 불모지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기둥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뷰노의 성장을 주도하면서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적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안정적인 경영 환경에 탄탄대로가 예상됐지만 연쇄 창업마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뷰노에 몸 담으며 배운 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회사 클롭을 만들었다.

2023년 4월 설립한 클롭은 안저 검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김 대표는 클롭을 "안과 분야에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당뇨망막병증에 주목했다. 당뇨망막병증이란 당뇨병에 의해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녹내장, 황반변성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주요 3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대한개원내과의사회와 대한안과의사회가 당뇨 등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 진료 의뢰·회송 시범사업 시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당뇨로 인한 눈 합병증에 대한 우려는 지속됐다. 하지만 내과에서는 당뇨 환자 중 안과 내원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간단한 안내만 이뤄질 뿐, 강제성이 없어 자발적인 의료 회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올해 2월 당뇨병 환자들의 당뇨망막병증 예방을 위한 회송 및 진료예약 플랫폼 '애프터눈' 서비스를 내놨다. 여기에는 클롭 공동대표인 박상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의 영향도 컸다.

김 대표는 타깃을 먼저 클롭이 입주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환자들로 정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방문하는 당뇨환자들은 일평균 200명 수준이다. 이 환자들 역시 안과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애프터눈을 활용하면 안과 방문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성남시 주요 3개 상급종합병원들과 애프터눈 서비스 도입 및 활용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상급종합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 종합병원인 분당제생병원· 분당차병원 등 경기 남부 성남권의 주요 거점 병원들과 잇따라 손잡음으로써 당뇨성망막병증 조기 검진 및 기타 안과질환 예방·진료체계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클롭은 애프터눈 오픈 이후 3개월 만에 30여개 지역 의료기관으로 사용처를 넓히는 성과를 냈다. 클롭에 따르면 8월 초 현재 1500여명의 환자를 안과로 회송시켰으며, 회송된 병원에서 망막에 이상이 있는 환자 40여 명을 찾아내는 결과를 얻었다.

김 대표는 "대학병원 교수들 입장에서는 환자를 회송했을 때, 환자의 경과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 등 때문에 회송 시스템 도입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며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프터눈 플랫폼을 통해 해당 환자의 검진 결과를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병원으로 예약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애프터눈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회송을 보낸 병원에 정부가 회송료를 주지만, 이는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에 한정돼 있어 나머지 병원들에 어떤 혜택을 줄 지를 고민하고 있다.

또한 회송 서비스를 시작으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지역병원들에 안과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건기식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눈 건강과 관련된 제품"이라며 "이는 눈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클롭은 이러한 수요를 바탕으로 제휴 기업을 꾸준히 늘려가 '안과 버티컬 플랫폼'으로 자리잡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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