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정예로 金13개 기적…28년만 배드민턴 金 이후 논란도

이다온 기자 2024. 8. 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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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 펜싱 사브르 금메달 획득.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연이어 기적을 연출하며 우리나라 올림픽에 새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21개 종목 선수 144명으로 이뤄진 '소수 정예' 한국 선수단은 11일 기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9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7위를 달리고 있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의 집단 부진 탓에 대한민국 선수단은 21개 종목에 선수 143명만 파견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래 48년 만의 최소 인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선수단이 거침없이 질주한 결과, 이미 목표였던 5개를 초과달성한 것은 물론 미국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노트가 예상한 9개를 훨씬 웃도는 기록을 끌어냈다.

지난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에서 우승한 한국 구본길, 오상욱, 도경동, 박상원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들은 우선 칼, 총, 활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

지난달 27일 우리나라 선수의 첫 경기인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은빛 총성을 울리며 한국 사격의 부활을 알렸다.

우리나라 첫 금빛 신호탄은 오상욱(28·대전시청)이 날렸다. 오상욱은 지난달 28일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꺾고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29일 사격 여자 10m에서 오예진이, 같은 날 양국 여자 단체팀이 각각 금메달 1개씩을 추가했다.

한국 남자 양궁 단체 금메달. 연합뉴스

남녀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 양궁은 지난 4일 김우진(32·청주시청)이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양궁 종목에서만 5개의 금메달이 쏟아졌다.

한국 양궁이 올림픽 금메달을 독식한 건 금메달 4개가 걸려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이자 사상 두 번째다.

오상욱과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고생' 반효진, 여자 사격 공기소총 10m 금메달. 연합뉴스

반효진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개인전에서 황위팅과의 접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6세 10개월 18일에 금메달리스트가 된 반효진은 대한민국 하계 100번째 금메달이자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 타이틀을 달았다.

지난 3일에는 양지인(21)이 파리 올림픽 사격 25m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과 태권도는 대한체육회가 확실한 금메달로 내세우기 어려웠던 종목이었지만, 10-20대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금빛 행진에 불을 지폈다.

'셔틀콕의 여제' 안세영도 지난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우리나라 11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준결승전에서 한국 박태준이 튀니지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를 꺾고 결승에 진출하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태준(20·경희대)은 8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를 상대로 기권승을 거두며 우리나라에 12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한국 남자 태권도가 금메달을 따낸 것은 2008 베이징 대회 손태진(68㎏급), 차동민(80㎏초과급) 이후 16년 만이다. 58㎏급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유진. 연합뉴스

김유진(세계랭킹 24위)은 9일(한국시간)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 경기에서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 선수와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제압, 한국의 13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57kg급에서 메달을 딴 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임수정 이후 16년 만이다.

우리나라가 하계 올림픽에서 두 자릿수 금메달을 따낸 건 런던 대회 이래 12년 만이다.

은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래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내 부활의 청신호를 켠 유도, 12년 만에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수영과 복싱도 다음 대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올림픽 마지막 날인 이날 김선우(경기도청)와 성승민(한국체대)이 출전하는 근대5종 여자부 개인전과 박혜정(고양시청)이 출전하는 역도 여자 81㎏급에서도 메달이 나오면, 우리나라는 2012 런던 대회(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9개) 이래 12년 만에 최대 성과를 기록하게 된다.

다만, 배드민턴 여자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의 경기에 이어 '세계 랭킹 2위' 한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의 경기도 국내 지상파 방송사 어디에서도 생중계되지 않는 등 인기 종목에만 생방송이 편중됐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금메달 깨물어 보는 안세영. 연합뉴스

또 안세영이 금메달을 딴 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겨냥한 작심 발언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며 28년 만의 단식 금메달 잔칫집이 초상집으로 급변했다.

안세영은 결승전 직후 이어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훈련 체계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더 이상 대표팀과 함께 가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심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배드민턴협회는 "협회가 (선수의) 몸 상태와 참가 의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참가시킨 국제대회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면서도 안세영이 주장한 '소홀한 부상 관리' 등에 대해선 반박했다.

문체부는 이와 같은 현안에 대해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 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다른 종목들도 선수 관리를 위해 개선할 점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대한체육회는 안세영 선수의 발언과 관련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올림픽 폐회 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체육회는 안세영의 발언이 부상 관리, 훈련 체계, 선수 보호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조사위 면담으로 구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감사로 전환해 대한배드민턴협회, 국가대표선수촌 훈련본부 등 안세영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올림픽이 폐회한 뒤 안세영이 밝힐 내용들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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