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운동 그 자체로 보상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꿈꾸다

최대영 2024. 8. 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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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의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수많은 광고와 방송 제의를 거절하며 "메달 하나로 특별한 연예인이 된 것도 아니다. 수많은 선수와 같은 '선수 안세영'이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오직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코트에만 집중하고자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10개월 후, 안세영은 28년 만에 한국에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안겼다.

하지만 안세영이 주장하는 것은 단순한 '청빈'이 아니다. 그녀는 선수들이 경제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선수들에게 차별이 아니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면서 "모든 선수를 다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안세영이 지적하는 규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이다. 이 지침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하고 협회 요청 시 홍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개인 후원 계약에 대해서는 "그 위치는 우측 카라(넥)로 지정하며 수량은 1개로 지정한다. 단 배드민턴 용품사 및 본 협회 후원사와 동종업종에 대한 개인 후원 계약은 제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올림픽 및 아시아경기대회 등 대한체육회에서 주관해 파견하는 종합경기대회에 참가할 경우 대한체육회의 홍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되어 있다.

이로 인해 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개인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고, 반대로 협회나 대한체육회 차원의 후원사에 종속되는 셈이다. 안세영은 선수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과거 안세영은 대표팀 후원사 신발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후원사에서 미끄럼 방지 양말을 맞춤형으로 제작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에서 후원사 신발을 신고 '금빛 스매시'를 날렸다.
두 번째는 배드민턴 실업 선수들이 적용받는 '계약금·연봉 상한제'다. 안세영은 2021년 1월 광주체고를 졸업하고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올해가 시니어 선수 4년 차다. 입단 이후 안세영은 국내외 무대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으나 최소 첫 3년 동안에는 그에 비례하는 계약금과 연봉을 받진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선수계약 관리 규정'이 신인선수의 계약 기간과 계약금·연봉을 구체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은 "(신인선수 중)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계약기간은 7년으로 한다. 계약금은 7년간 최고 1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입단 첫해 연봉은 최고 5천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면서 "연봉은 연간 7% 이상을 인상할 수 없으며 3년 경과 후에는 구단과 선수 간의 협상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입상 포상금 등 각종 수당은 연봉과 별개로 수령할 수 있지만, 광고 수익은 계약금·연봉에 포함된다.

연맹 측은 광고 수익 규정과 관련해 "삼성생명, 인천국제공항 등 모기업 광고 활동에서 받은 수익만 해당한다. 외부 기업에서 받은 수익이 계약금·연봉의 일부로 산정될지 여부는 각 팀 내규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12월 태극마크를 달며 '천재 소녀'로 주목받았던 안세영으로서는 아쉬움을 느낄만한 지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배드민턴계에서는 안세영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비인기 종목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배드민턴협회는 공식 후원사로부터 받은 현금과 용품으로 안세영뿐 아니라 전체 대표팀 선수들과 주니어 선수들을 지원한다. 만약 후원 계약을 선수 개개인의 차원으로 돌린다면 비인기 선수들과 꿈나무들에 대한 지원 규모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업연맹 규정도 마찬가지다. 연봉과 계약금이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비례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체 파이를 어느 정도 유지함으로써 총 300여명의 실업 선수가 운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첫 3년 연봉의 한도를 정해주지 않으면 거품이 너무 많이 껴서 실업팀들이 선수단 유지를 못 할 수 있다"면서 "시장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보니 안세영 선수처럼 수십 년에 한 번씩 나오는 특별한 선수에겐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안세영과 같은 세계적인 스타의 탄생을 막지 않으면서도 대표팀과 종목 전체의 발전을 함께 꾀할 수 있는 '운용의 묘'가 필요한 때라는 제언이 나온다. 안세영은 자신과 같은 선수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규정과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스포츠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알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최대영 rokmc117@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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