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버린 부모에 상속이.. '구하라법' 4년 만에 빛보나
여야, 8월 중 유류분 관련 규정 개정키로
바뀐 가족관계·국민정서 반영 상속체계 기대
부양의무 이행·기여도 관련분쟁 증가 우려도
[이데일리 성주원 송승현 기자] 유기·학대 등 패륜 행위를 한 가족에게도 강제로 일정비율 이상의 유산(유류분)을 상속하도록 정한 현행 민법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약 4개월만에 해당 법 조문에 대한 개정이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여야는 8월 임시국회에서 일명 ‘구하라법’ 등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2020년 21대 국회에서 최초 발의됐다가 끝내 폐기된 ‘구하라법’이 4년 만에 빛을 보게 될 전망이다.
부양 안하거나 패륜행위 시 상속 권리 제한한다
11일 법조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 2개월여만에 유류분 제도 개정을 위한 민법 개정안이 8건이나 발의되는 등 여야 의원들의 관심이 뜨겁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 8건의 주요 내용은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 도입 ▲유류분 상실 선고 제도 도입 ▲기여분 규정 강화 등 크게 3가지다. 이같은 개정 논의는 앞서 지난 4월 25일 헌재가 형제자매의 유류분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고 유류분 상실사유 미비와 기여분 규정 미준용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청구권자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피상속인의 유언이나 공동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상속권 또는 유류분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부 안에서는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공익적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
배수영 법무법인 율호 대표변호사는 “개정안들은 공통적으로 유류분상실청구권 신설을 골자로 하고 있다”며 “유류분 사전포기제도나 유언대용신탁과 같은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류분 사전포기제도란 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미리 유류권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유류분을 사전에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더라도 법적으로 무효다.
배 변호사는 “다만 사전포기가 유류분 제도 취지에 반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포기를 허용하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들에서 나타난 일부 차이점은 향후 논의과정에서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가정법원의 판단을 통해 상속권 상실을 결정하도록 하는 안의 장점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개별 사례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양의무 위반’, ‘심히 부당한 대우’ 등과 같은 사유가 명확하지 않아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여분 규정을 강화하는 안은 기여상속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상속을 실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행 시기와 관련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일부 안은 즉시 시행을 주장하는 반면 다른 안들은 오는 2026년 1월 1일 시행을 제안하고 있다.
구하라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은 제한되는 한편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증식에 기여한 상속인의 권리는 더욱 보호받게 될 전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유류분 관련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상속 관련 소송의 양상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며 “특히 부양의무 이행 여부나 기여도를 둘러싼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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