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가 빠져서 타선 매끄럽지 않지만…” KIA 35세 2루수의 살아있는 디테일, 꽃범호가 본 숨은 1인치[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3B2S서 치면 확률이 떨어졌을 것이다.”
KIA 타이거즈의 9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 9-8 9회말 끝내기 승리. 서건창의 끝내기안타에, 김도영이 9개월만에 다시 실시한 1루 헤드퍼스트슬라이딩, 역전 발판을 놓은 우완 불펜 장현식의 좋은 투구까지. 결국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또 무너뜨리며 2연패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이 짚은 포인트는 좀 달랐다. 선두타자 김선빈의 타격을 칭찬했다. 7-8로 뒤진 9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박빙승부, 경기막판에는 선두타자의 타격결과가 해당 이닝의 분위기, 나아가 경기의 향방까지 바꿀 수 있다. 실제 김선빈이 좌중간 2루타를 날리면서 흐름이 KIA로 왔다.
이범호 감독은 김선빈이 오승환을 승부하는 과정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오승환은 7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 이후 이틀만의 등판. 그런데 1~3구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는 공을 던졌다. 선두타자 김선빈에게 가장 중요한 건 출루. 볼카운트 3B까지 오며 오승환이 흔들리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4구를 당연히 기다렸다. 바깥쪽 보더라인을 걸치는 스트라이크.
3B1S. 여기서 선두타자라면 5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면 적극 공략해야 할까. 아니면 3B처럼 공 하나를 더 봐도 될까. 김선빈의 선택은 전자였다. 오승환의 5구 146km 패스트볼은 마침 가운데에서 약간 바깥쪽으로 높게 향했다. 김선빈은 밀어치기를 잘 하지만, 굳이 의식적으로 밀어칠 이유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스윙을 하며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다.
이범호 감독은 이 부분을 지적했다. 여기서 공 하나를 더 기다려서 풀카운트가 되는 것보다. 3B1S서 승부를 보는 게 옳았다는 얘기다. 10일 광주 삼성전을 앞두고 “3B1S서 선빈이가 친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출루를 해야 하지만, 3B2S서 치면 확률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오승환의 1~3구는 볼이었다. 그러나 4~5구에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을 넣었다. 스트라이크를 넣는 감각을 찾았다고 본다면, 김선빈으로선 풀카운트까지 가봤자 승리할 확률이 떨어진다는 의미. 오승환은 볼넷을 많이 내주는 투수가 아니다. 풀카운트는 어쨌든 타자에게도 벼랑 끝이다.
이범호 감독은 “그런 부분이 고참과 고참 아닌 선수의 차이다. 여유의 차이로 판단된다. 선빈이가 아니라 젊은 선수들이면 공을 분명히 지켜봤을 것이다. 그럴 때 과감히 치는 것도 고참의 능력이다. 상대를 압박해 중심타선에서 점수를 내는데 힘이 됐다”라고 했다.
결국 KIA는 김도영의 내야안타에 이어 나성범의 동점 1타점 중전적시타로 오승환을 그로기 직전으로 몰아갔다. 결국 1사 1,3루 찬스서 서건창의 끝내기 바가지 안타로 역전극을 완성했다. 모든 타자가 힘을 냈지만, 김선빈이 역전 분위기를 만든 건 사실이었다.
KIA 타선은 최형우가 빠지면서 뭔가 위압감이 살짝 떨어진 느낌이다. 후반기에 맹활약하는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중심타선에 복귀시켰고, 나성범을 과감히 4번타자로 쓰며 3번타자 김도영과 시너지를 노린다.
그러나 중심타선에 들어가는 타자들만 최형우의 몫을 메울 순 없다. 경기흐름에 따라 상위타선, 하위타선의 타자들도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선빈의 타격은 영양가가 높았다. 팀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닐 땐, 역시 고참의 존재감이 중요하다. 특히 김선빈은 어느 타순에 들어가도 어울리는 유형의 타자다.
이범호 감독은 “야구는 고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신참들이 따라가게 돼 있다. 고참들의 영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형우가 빠져서 타선이 매끄럽지 않지만, 형우가 돌아올 때까지 잘 버텨줘야 더 강한 타선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상황서 공격적으로 치는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김선빈은 예년보다 수비에서의 존재감은 약간 떨어졌다. 사실 타격도 최근 잘 안 풀린다. 지난 10경기서 타율 0.154로 주춤했다. 올 시즌 88경기서 315타수 87안타 타율 0.276 8홈런 35타점 35득점 OPS 0.739. 예년의 김선빈과 비교할 때 볼륨이 약간 떨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결정적 순간, 존재감이 살아있었다. 지금부터 KIA 타선은 김선빈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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