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형벌 극복한 7번째 인간 나왔다”...전세계 4천만명이 감염된 ‘이 질환’ 완치 길 열리나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세계에서 7번째 HIV 완치 판정
과거 ‘현대판 흑사병’으로 불렸지만
의료기술 발전으로 만성질환으로
HIV란 말 그대로 ‘바이러스’입니다. 이 바이러스가 사람의 체내로 침입하게 되면 우리 몸에 있는 면역세포가 파괴되면서 면역력이 빠르게 저하됩니다. 일반적으로 혈액 속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인 ‘CD4 림프구’의 수가 ㎣ 당 200개 이하로 떨어지거나 기회감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AIDS 환자라고 합니다. 즉 HIV에 걸렸다고 해서 모두가 에이즈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HIV에 걸리면 처음에는 발열, 몸살, 발진, 인후통 등 다른 바이러스 감염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후 수개월간 무증상 잠복기가 이어지는데요, 하지만 이때도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HIV에 힘을 못 쓰는 상황이 되면서 면역력은 점점 약해집니다. 그러다 결국 여러 질병에 취약해지는 에이즈에 걸리게 됩니다.
‘HIV도 바이러스인 만큼 인간의 뛰어난 의료기술로 치료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다만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HIV가 숙주, 즉 사람의 DNA와 완전히 합쳐지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제거는 사실상 어렵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또한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가 잠복하는 기간에는 탐지와 치료도 어렵다고 합니다.
다만 2000년대 이후 항바이러스제가 출시되면서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항바이러스제는 HIV의 복제를 막거나, HIV와 인체 세포와의 융합을 막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약을 여러 개 조합하는 ‘칵테일 요법’을 통해 HIV를 억제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학계에서는 HIV가 불치병이 아닌 ‘만성질환’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베를린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은 시기는 2009년입니다. 이후 현재까지 7명의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습니다. 지난달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는 골수이식이 아닌 줄기세포 이식이 원인이었습니다.
이 환자는 2009년 HIV 진단을 받고 2015년에는 골수암에 걸렸습니다. 연구진은 이 환자에게 딱 맞는 줄기세포 공여자를 찾지 못했는데 차선책으로 일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기증자를 찾게 됩니다. 기존 HIV 완치 환자는 대부분 CCR5 돌연변이 ‘한 쌍’을 가진 기증자에게서 이식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환자는 한 쌍이 아닌 ‘한 개’의 돌연변이만 있는 기증자로부터 줄기세포를 이식받았습니다. 2018년 이후 이 환자는 HIV를 억제하는 약 복용을 중단했는데 현재까지 이 환자의 몸에서 HIV가 복제됐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베를린 환자 이후 2~7번째 완치자가 나온 시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세포 실험이지만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면역세포에 침투한 HIV를 제거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실험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네이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HIV 감염자는 4000만명에 달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HIV 감염자도 2022년 기준 1만5880명이나 됩니다. 다행히 의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난해 전 세계 HIV 신규 감염자는 130만명으로 2010년 대비 38%가량 감소했다고 합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여러 기술이 발전하면서 감염자 수는 앞으로도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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