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유튜브만, 부수고 싶네요"…여름방학 골칫거리 '디벗'
서울시교육청엔 "방학 땐 수거해달라" 민원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디벗이 방학식과 동시에 각자 집으로 왔네요. 잠금시간이라는데 몇 번 만지니 열립니다", "제가 자리만 비우면 디벗으로 유튜브 삼매경이에요".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김은지(가명)씨는 여름 방학 내내 디벗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디지털'과 '벗'의 합성어인 '디벗'은 서울 지역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눠준 교육용 태블릿PC의 이름이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디벗을 관리하는 법은 각 학교에 따라 다르다. 교장 재량에 따라 학교에 두도록 하는 곳도 있지만, 분실과 고장을 우려해 가정에서 보관하도록 지침을 내리는 곳도 많다. 김씨 아들은 방학이 되며 디벗을 집으로 가져온 경우다.
가장 큰 문제는 쉽게 풀리는 디벗의 잠금 설정이다. 김씨는 "평일에는 오후 10시 이후, 주말에는 종일 디벗이 잠겨있다고 안내를 받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아이가 너무 조용해서 방에 들어가 보면 그걸로 유튜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워킹맘인 김씨는 "처음 한두 번은 디벗을 뺏기도 하고 언성도 높였는데 이젠 자포자기"라며 "디벗 때문에 사춘기 아들과 몇 번을 싸웠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름방학 동안 디벗으로 자녀와 갈등을 겪는 건 김씨뿐만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게시판에는 "아이가 학원 숙제도 안 하고 미치겠다. 디벗 정말 부수고 싶네요", "아이가 디벗에 푹 빠져 정신을 못 차린다"는 부모들의 호소가 줄을 잇는다. 서울시교육청의 민원 게시판에는 "방학 중 디벗을 수거하는 방안을 강력히 제안한다"는 글도 찾아볼 수 있다.
3남매를 키우는 이영서(가명)씨는 디벗을 '제대로' 활용하면 괜찮다는 교육당국의 주장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이 디벗으로 과제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유해 콘텐츠가 걸러지지 않더라"며 "예를 들어 '황소'로 이미지를 검색해도 야한 이미지가 나오는 격이다.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교실로 들어온 '디벗' 벌써 2년…교사 "중하위권 학생들 타격 커"
교육청은 디벗을 도입하며 '아이들이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미래형 교육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디벗을 활용해 교육을 한 교사들은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시 내 중학교 교사인 오영주(가명)씨는 "(교육당국은) '아이들이 잠들지 않는 교실을 만든다'고 하는데 잠들지 않는다고 학습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위권 20%의 학생의 경우 디벗이 효과가 있을 순 있다. 사실 그런 학생들은 일반 교과서든, 디벗이든 무관하게 효과가 나는 아이들"이라며 "그런데 나머지 80%에게는 아니다. 수업 집중도는 더더욱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조절이 쉽지 않은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중하위권 학생에게 디벗은 자칫 부작용만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8월 발표한 연구 자료(디지털 심화 시대, 학습자의 자기조절역량 개발지원 방향)에 따르면 실제 청소년기 자기조절역량이 낮은 집단의 학생일수록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 교육 성과는 떨어진다.
오씨가 다니는 학교는 디벗을 가정에 가져가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몇몇 학교에서는 각 학급에 디벗 당번 학생을 두고 기기를 관리하기도 한다. 오씨는 "그런데도 눈을 속여 가져가는 학생이 있다"며 "이제 가정에서 스마트폰도 통제해야 하고, 디벗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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