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펜실베이니아'를 건 해리스의 '승부수'…통할까
남승모 기자 2024. 8. 11. 09:12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미국은 50개 주가 모여 만든 연방제 국가입니다. 따라서 대통령도 국민들이 직접 뽑는 게 아니라 각 주에서 선출된 대의원들이 모여 투표하는 방식으로 결정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실제 유권자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더라도 전체 538명인 대의원의 과반(270명)을 얻지 못하면 선거에서는 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유권자 투표에서 6,422만여 표를 얻어 트럼프 보다 200만 표 이상 앞섰지만, 정작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232명 밖에 확보하지 못하면서 290명을 얻은 트럼프에게 패했습니다. 힐러리는 역대 가장 큰 표차로 이기고도 패배한 후보로 언론에 기록됐습니다.
2020년 대선을 기준으로 미국의 유권자 수는 약 2억 4천만 명입니다. 하지만 실제 대통령을 결정하는 건 50개 주 가운데 6~7개 정도인 경합 주에 달려 있다는 게 통설입니다. 나머지 주들의 경우 Blue State(민주당 지지 주), Red State(공화당 지지 주)처럼 지지 성향이 뚜렷해 승부에 거의 영향이 없습니다. 메인과 네브래스카처럼 득표 수에 따라 대의원을 나누는 주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승자독식 체제를 택하고 있어 어느 정당이 어느 주의 대의원들을 가져갈 지 사실상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 경합 주는 어떤 주들일까요? 매체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하고 있지만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펜실베이니아입니다. 대의원 수가 19명으로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주별 대의원 수는 인구 변화에 따라 선거 때마다 바뀝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러닝 메이트로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택할 거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해리시는 왜 월즈를 택했나
하지만 해리스의 선택은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였습니다. 미국 내 최고의 싱크탱크 중 하나로 꼽히는 브루킹스 연구소는 해리스의 이런 선택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놨습니다. 먼저 월즈를 민주당 내 진보, 셔피로를 중도 진보로 분류한 뒤 월즈가 더 안전한 선택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미총기협회 지지자였지만 정치 활동 중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진보적 입장으로 돌아섰고 자신의 주에서 진보적 의제를 성공적으로 입법화하도록 이끈 주지사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브루킹스는 해리스의 선택이 당내 진보 진영의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건 물론 다른 당원들도 이를 수용할 거라고 계산한 것은 합리적 판단이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반면 셔피로는 논란의 대상으로 봤습니다. 유대인 출신으로 하마스 사태와 관련해 친이스라엘 태도를 취하고 공립학교 지지자들과 교사 노조의 반대가 심한 교육 바우처 문제에 열린 태도를 보인 것 등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습니다. 또한,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인 존 패더만의 강력한 반대도 한몫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브루킹스 외에 또 다른 전문가는 남편이 유대인인 해리스로서는 셔피로의 친이스라엘 성향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 또 굳이 셔피로가 아니어도 펜실베이니아의 중심지로 흑인 유권자가 많은 필라델피아에서 어느 정도 승리할 자신이 있다는 점 등도 고려됐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이밖에 지난 3년 반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해리스가 당내 인기가 높은 (그래서 잠재적 위협으로 다가 올 수 있는) 셔피로 보다는 충성심을 보이고 있는 월즈에게 더 끌렸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젊고 활기찬 캘리포니아 출신인 자신의 이미지를, 중서부 출신으로 친근하고 안정감을 주는 월즈가 보완해줄 수 있다고 믿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해리스와 월즈는 모두 1964년 생으로 백발인 월즈와 해리스의 나이 차이는 사실 반년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셔피로 카드'가 간단치 않은 이유
이렇게 놓고 보면 해리스의 선택은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 요인 또한 명백합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부정적 요인으로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째, 정부통령 후보 모두 뚜렷한 진보색을 띄고 있어 자칫 중도층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원의원 시절과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해리스는 그린 뉴딜 지지, 셰일 가스 채굴 반대, 불법 이민자를 포함하는 전 국민 건강보험 지원 같은 진보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현재 이런 정책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진보 성향의 월즈를 러닝메이트로 택하면서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진 셈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측에서는 해리스와 월즈를 '급진 좌파'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둘째, 앞서 말씀 드렸듯 선거인단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월즈가 주지사로 있는 미네소타는 확실한 민주당 지역이지만, 셔피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경합 주인 펜실베이니아를 맡고 있습니다. 브루킹스는 많은 전문가들이 월즈가 농촌과 노동계층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데이터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미네소타에서 거둔 성과와 비교할 때, 월즈의 득표율은 그와 비슷한 수준(52%)이었고, 농촌과 소도시 유권자, 노동계층 유권자,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바이든 보다 나을 게 없었으며 특히 중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바이든보다 4%p 낮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셔피로 주지사의 경우, 바이든이 2020년 선거 때 펜실베이니아에서 거둔 50%보다 7%p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세부적으로도 거의 모든 선거 그룹에서 바이든을 뛰어 넘었는데, 농촌과 소도시 유권자들 사이에서 7%p, 비대학 졸업자들 사이에서 7%p, 공화당원 및 공화당에 기울어진 유권자들 사이에서 9%p, 중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5%p 더 높은 득표율을 보였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셔피로가 부통령에 지목됐다면 (적어도 펜실베이니아) 선거에서 해리스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해리스로서는 월즈가 중서부적 매력을 살려 펜실베이니아는 물론 미시간과 위스콘신 같은 경합 주를 차지하는 데 주력할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만약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해 19명의 선거인단을 잃게 된다면 전체 선거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후보별 장단점이 분명한 상황에서 그녀가 던진 승부수가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석 달 뒤 개표 결과를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AP, 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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