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 선정 '평가 항목' 논란 증폭

주민들 "입지선정위 사용 프로그램 부적절" 행정소송 제기
순천시 "경관 관측 프로그램이 다를 뿐 위법 사항 없어"

(순천=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맨눈으로 봐도 옆에 아파트가 보이는데, 뷰어(Viewer)로는 보이지 않아서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최근 전남 순천시가 연향들 A 지역을 폐기물 처리시설(공공 자원화시설) 후보지로 선정한 것을 놓고 일부 주민들이 반발, 평가 과정의 위법성을 주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경관 시설 노출 항목을 현장 조건과 다르게 잘못 평가 했다며 순천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순천시는 위법사항 없으며 법적 판단도 받아보자는 입장이다.

11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4월 입지 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연향들 A' 지역을 폐기물 처리시설 신규 시설 입지로 결정·고시했다.

소각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에 관광·레저·문화·체육을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시민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연향동 인근 주민들은 순천시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로 연향들 A가 선정된 것은 잘못된 평가방식을 적용해 무효라며 재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후보지 2곳이었던 연향들 A와 B 지역에 대한 26개 평가 항목 중 '경관 및 시설 노출' 항목이다.

입지 후보지와 주민 거주지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인데, 후보지에서 바라본 경관에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띄느냐가 쟁점이 됐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연향들 A의 경우 아파트가 보이지 않고 평야만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주민들은 잘못된 평가방식(경관 관측 프로그램·뷰어)을 사용해 다른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입지 후보지에서 아파트가 눈에 빤히 보이는데도 잘못된 뷰어를 사용해 엉터리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입지 선정에 대해 실시한 전남도 감사도 감사 항목 14개 중 9개는 위법 사실이 없다면서도 해당 문제 항목에 대해서는 입지선정위원회가 현장 조건과 다르게 평가했다며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전남도가 사용한 뷰어를 적용하면 이 항목 1순위였던 연향들 A가 2순위로 떨어지게 된다.

순천시는 서로 다른 뷰어를 사용한 평가 방식의 차이로 인한 것으로 '잘못'이 아닌 '논란'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문제가 된 항목의 순위를 바꾸더라도 전체 항목 평가에서 1순위를 차지한 연향들 A의 최종 입지 선정에는 변화가 없다고 맞선다.

순천시 관계자는 "입지 선정위원회와 전남도의 평가 방식인 뷰어가 달라 '경관 및 시설 노출' 항목에서는 논란이 됐지만 이 항목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항목에서 연향들 A가 1순위를 받아 입지로 선정됐고 여기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도 감사 결과에도 순천시가 사업 강행 의지를 밝히자 연향들(연향동) 인근 주민들은 법적 판단을 받아 보자며 지난달 광주지법에 순천시 등을 상대로 입지 선정 무효 가처분 신청 등을 냈다.

시민 손모 씨는 "전남도 감사를 통해 위법 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며 "행정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돼 선정이 제대로 됐는지 법원 판단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반발에도 순천시는 입지를 결정하고 사업을 본격화하려 했지만, 전남도 감사에서 일부 위법사항이 지적됐고 주민 소송까지 제기됨에 따라 순천 폐기물 처리시설 조성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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