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기반 동맹’ 맺은 윤석열식 안보…미, 한국군 장악해 갈 수도

한겨레 2024. 8. 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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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문장렬의 안보 다초점
종속 깊어지는 군사 주권
군사 종속 못박은 2개의 문서
한미 핵지침, 한미일 협력각서
미 핵자산 전개가 가져올 위험
핵가면 벗고 신냉전 벗어나야
2023년 11월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더 강력하고 일관되게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의 강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 7월 공식적으로 채택된 2개의 문서는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그것들이 한국 군사정책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고 심지어 강대국들에의 ‘종속’을 제도화한다는 것이다.

첫번째 문서는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이하 ‘한·미 핵지침’)이다. 한·미 국방부는 작년 4월 정상회담과 워싱턴 선언에 따라 차관보급 핵협의그룹(NCG)을 조직하고, 올해 6월까지 세 차례 협의를 통해 ‘한·미 핵지침’을 완성했다. 이 문서는 양국 국방부 간 공식 서명을 거쳐 7월1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공동성명)에서 ‘승인’을 받았다.

‘한·미 핵지침’의 핵심 내용은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협력의 강화로, 미국의 (한반도) 핵작전을 한국의 재래식 전력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지원’(support)은 ‘핵·재래식 통합’(CNI: Conventional Nuclear Integration)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면에서 보통의 의미를 넘어선다. 대통령실의 설명에 따르면 핵·재래식 통합에 의한 북핵 대응은 “한반도 핵 운용에 있어서 우리의 조직 인력 자산이 미국과 함께하는 확장억제로 진화”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7월16일 국무회의에서 “한·미 동맹은 명실상부한 ‘핵기반 동맹’으로 확고하게 격상”되었다고 자평했으며, “미국의 핵자산에 한반도 임무를 특별 배정”한 사실을 밝혔다.

전구급 핵훈련 정례화 우려

만일 ‘한·미 핵지침’대로 핵 및 재래식 전략 기획을 한·미가 ‘제대로’ 수행하려 한다면, 기존 핵협의그룹의 확대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의 전체 국방 및 군사 체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국방의 핵심인 군사력 건설을 핵억제 및 핵작전의 수행에 부합하도록 추진해야 하고, 이는 중요한 무기체계의 획득에서 새로운 핵심 고려요소가 될 것이다. 첨단 무기의 도입은 당연히 미국으로부터만 하게 된다. ‘일체형’이라 했으니 한·미 동맹 체제는 미국 중심성과 주도성이 더욱 강화되고, ‘핵기반 동맹’이라 했으니 연합작전계획도 핵작전을 포함한 핵전쟁 계획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한편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 핵지침’은 립서비스 이상의 실질적인 ‘부담’이 거의 없다. 핵협의그룹은 미국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일부 나토 국가들의 ‘핵기획그룹’(NPG)과 질적으로 다르다. 아무리 ‘핵 기획’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들 미군 자산이 남한 지역에 배치된 핵무기를 장착하고 작전을 개시하지 않는 한 한국군의 첨단 재래식 무기는 외부에서 무장하고 한반도에 전개해 오는 미군 전략자산에 대하여 원활한 작전의 수행을 보장하고 방호를 제공하는 임무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군 핵자산의 일부를 한반도 임무를 위해 배타적으로 배정하는 것도 군사적 관점에서 불합리하고 불필요하다. 미국 본토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평양으로 날아올 때 비행경로의 대부분은 중국 베이징을 목표로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략폭격기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핵탄두에 ‘한반도용’이라고 라벨을 붙이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요컨대 미국은 추가적인 의무 없이 전략적 이익만 더 챙긴 셈이다.

‘명실상부한 핵기반 동맹’을 위해서는 ‘핵전쟁 연습’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의 한·미 연합훈련도 핵전쟁 연습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향후 연합작전계획에 핵작전이 구체적으로 포함되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전구급(theater level) 핵작전 연습’이 연례적으로 시행될 것이다. 미국은 이 연습에서 마음껏 자신의 핵 전략자산을 운용해 보면서 한국에 대한 공약을 과시함과 동시에 한국군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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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다시 자위대 군홧발?

문제가 되는 (또는 윤석열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또 하나의 문서는 7월28일 도쿄에서 서명된 ‘한·미·일 3자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이하 한·미·일 프레임워크) 협력각서’다. 국방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미·일 프레임워크는 “고위급 정책협의, 정보 공유, 3자 훈련, 국방 교류협력 등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한·미·일 국방당국 간의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6월2일 싱가포르 한·미·일 국방장관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과 그 이전 프놈펜(2022년 11월) 및 캠프 데이비드(2023년 8월) 3국 정상회의 등에서의 합의에 기초한 실행 문서다. ‘협력각서’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약소국이 강대국에 ‘공식적으로’ 묶이는 것은 어떤 형식이든 ‘문서’ 하나면 족하기 때문이다.

프레임워크의 원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국 국방장관 공동성명을 보면 방점이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핵)위협은 의례적 수준에서 언급되었고 ‘미·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목표인 대만을 포함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확보가 곧 평화와 안정이라는 인식이 명료하다. 따라서 한·미·일 프레임워크는 “3자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지역의 도전과 도발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3자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화’한 중국에 대한 신냉전적 대결 체제에 한국이 ‘제도적으로’ 편입되어 최전방에서 대치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한·미·일 프레임워크가 윤석열 정부의 성격에 따라 생겨난 것이 아니고 “3개국이 각각 윈윈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이든 미국이든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림 없이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3국이 표준작전절차의 합의에도 거의 이른 상태”라고 밝혔다. ‘표준작전절차’(SOP)란 특정한 군사 상황에서 군대가 ‘일단 무조건’ 취해야 할 행동들에 대한 규정이다.

표준작전절차는 한·미 간보다는 한·일 간에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일 군사협력은 일본에는 확실한 이익이지만 한국에는 우려와 경계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점차 조여오는 무엇이 아니라 거침없는 질주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복원되고, 한·미·일 미사일경보정보 전달체계가 확립되고, ‘다영역’ 연합군사훈련이 정례화되고, 한·미·일 프레임워크가 출범했다. 이제 남은 것은 소위 ‘한·일 군수지원협정(ACSA)’이다. 어쩌면 그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같은 수준의 표준작전절차를 수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머잖아 자위대 또는 ‘일본군’의 군홧발 소리가 한반도에서 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및 일본의 기획과 윤석열 정부의 동조로 한·미·일 3국은 어느새 동맹체제로 진입하고 있다. 이를 제도화하는 ‘한·미 핵지침’과 한·미·일 프레임워크는 3개의 ‘통합’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미 핵·재래식 통합(CNI), 내년에 출범할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그에 맞춰 신설될 주일미군의 ‘통합군사령부’다. 한국은 북한에 대한 핵억제와 핵작전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신냉전과 종속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전 국방대 교수

노무현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 국방담당,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군사과학기술의 이해’ 등의 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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