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역사 윤리’로서의 상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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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이제) 한번 건드릴 때가 됐다."(2023년 11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지금은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있는 추 전 부총리의 이 발언 이후 상속세 개편이 기업·정부·정치권에서 몇 달째 쟁점이다.
한국 상속세 체계(과세표준 및 세율)가 2000년 이후 24년째 그대로이고, 그동안 인플레이션 및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건드려야 할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이해당사자들(기업, 개인, 주식투자자, 과세당국, 정치권) 사이에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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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이제) 한번 건드릴 때가 됐다.”(2023년 11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지금은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있는 추 전 부총리의 이 발언 이후 상속세 개편이 기업·정부·정치권에서 몇 달째 쟁점이다. 한국 상속세 체계(과세표준 및 세율)가 2000년 이후 24년째 그대로이고, 그동안 인플레이션 및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건드려야 할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이해당사자들(기업, 개인, 주식투자자, 과세당국, 정치권) 사이에 조성되고 있다.
상속세는 각종 공제액을 적용하면 대략 상속재산이 10억원 이상일 때 납부 대상자가 된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2000년에는 피상속인(사망자) 21만2천 명 중에 상속세 납부자가 1400명 정도였는데, 2022년에는 34만8천 명 중 1만5800명으로 늘었다. 기업 대표자가 60살 이상인 사업체는 2010년 16%에서 2020년에 25%로 증가했다. 이런 지표에서 확인하듯이, 지난 50여 년간 기적 같은 개발연대를 거쳐온 기업은 이제 베이비부머 세대 창업자가 은퇴하고 자녀 상속·증여에 나서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개인들 차원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엄청나게 불어난 부동산·금융자산을 가진 노년 세대주마다 상속·증여가 ‘당면한 가족문제’로 등장했다.
요즘의 상속·증여세 개편(세율 인하) 논의는 이른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만년 저평가) 해소→소수주주 보호라는 논리 구도를 함께 띠었다. 상속세 최고한계세율이 50%인 구조에서는 지배주주 일가 자녀가 회사 주식을 상속·증여(시가평가)받을 때 세 부담이 너무 커서 주가를 떨어뜨려서라도 세 부담을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또 세금 납부에 필요한 현금 마련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받기 같은 사익편취 행위가 빈발해 회사 가치가 더욱 저평가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상속세율 인하는 개미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한국의 여러 기업에서 오너 일가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자기 회사 주식 가치가 올라가지 않도록 오히려 억누르고 있고, 그래서 개미투자자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이 논리가 실증적·경험적 연구로 입증된 적은 거의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룬, 엄밀한 계량적 연구와 시론적 성격의 초보 연구를 포함한 몇몇 실증분석을 일별해보면, 상속세를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은 사례는 발견하기 어렵다. 물론 상장 주식을 상속할 때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대주주 일가의 주식 매도가 거래 수급에 영향을 줘 주가 하락을 초래하는 문제는 증거 제출이 따로 필요 없는 실제 현상일 것이다.
기업들은 “상속세율이 과도하게 높아 창업 후 3세대까지 상속이 이어 내려가면 가업(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상속세는 역사적·사회적으로 단순히 국가 세금 수입을 늘리기 위한 목적을 넘어 부의 세습과 고착을 줄이고 사회경제적 순환과 이동을 촉진하려는 윤리적 성격이 크다. 비록 한국 상속세율이 국제 비교상 매우 높은 축에 속하지만, 이런 과세철학을 감안하면 상속세 문제는 대다수 재벌가의 지칠 줄 모르는 경영세습 열정, 부와 소득의 불평등 정도, 경제력 집중 구조, 부동산·주식 같은 불로소득 자산의 크기 같은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 최종 결정되는 방향이 맞을 것이다.
“극단적인 소득·자산 불평등이 지속가능한지 아닌지는, 이를 억제하는 장치(예컨대 상속세 강화)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뿐만 아니라 이를 정당화하는 수단(상속세 인하)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도 달려 있다. 아마도 후자가 주된 영향을 미칠 것이다.”(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한겨레>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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