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연소 우승 후 1년..."바뀐 건 없다, 내 길을 갈 뿐" [스프]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2024. 8. 11. 09:03
[커튼콜+] 바리톤 김태한, 콩쿠르 졸업? 앞으로도 도전할 것
바리톤 김태한.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역대 최연소이자 아시아 남성 최초로 우승한 성악가입니다. 당시 서울대 졸업하고 얼마 안 지난 22살, '2000년생' 청년이 이 권위 있는 콩쿠르에서 우승해 음악계를 놀라게 했죠. 콩쿠르 우승하고 1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요? 공연을 위해 잠시 귀국한 그를 '골라듣는 뉴스룸 커튼콜'에서 만났습니다.
"콩쿠르 이후에 뭐가 달라졌나요?"
"굉장히 달라졌죠. 그런데 콩쿠르 때문에 달라진 건 아니고, 제가 지금은 베를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달라진 것 같고요. 콩쿠르 때문에 달라진 점은 사실 크게... 그래도 이렇게 좀 일찍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고,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역대 최연소이자 아시아 남성 최초로 우승한 성악가입니다. 당시 서울대 졸업하고 얼마 안 지난 22살, '2000년생' 청년이 이 권위 있는 콩쿠르에서 우승해 음악계를 놀라게 했죠. 콩쿠르 우승하고 1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요? 공연을 위해 잠시 귀국한 그를 '골라듣는 뉴스룸 커튼콜'에서 만났습니다.
콩쿠르 때문에 달라진 것 없다?
"굉장히 달라졌죠. 그런데 콩쿠르 때문에 달라진 건 아니고, 제가 지금은 베를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달라진 것 같고요. 콩쿠르 때문에 달라진 점은 사실 크게... 그래도 이렇게 좀 일찍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고,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8월 독일 유학길에 올라 지금은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영 아티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두 곳 모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과는 관계없이 이전부터 가기로 결정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콩쿠르로 바뀐 게 크게 없다'는 말도 맞습니다.
베를린 슈타츠오퍼는 유럽 최고의 오페라극장 중 하나로 꼽힙니다. 흔히 '베를린 국립오페라'로 번역되는데, 김태한은 '국립'이라기보다는 '주립' 혹은 '시립'에 가까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오페라극장의 오케스트라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입니다. 450여 년 역사의 명문 악단으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아시안 최초, 여성 최초, 최연소 악장으로 활약하고 있죠.
"그럼 콩쿠르 우승이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었는지?"
"확실한 건 '타이틀'이 생긴다는 거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타이틀'이 생기는 게 가장 큰 이점일 것 같아요. 그런데 오페라가수로 오랫동안 활동하셨던 선생님들의 조언을 들으면 또 너무 일찍 시작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경각심을 일깨워 주셔서, 그런 점을 가슴에 새기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일찍 시작하는 게 어떤 점에서 조심할 부분이 있는 건가요?"
"성악이라는 게 사실 어린 나이에 우승하기는 힘들거든요. 사람의 몸이 악기이다 보니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리도 익어가고 음악도 깊어지고, 발성이 조금씩 바뀌면서 저만의 발성이 자리 잡히는 데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무리한 스케줄을 억지로 소화하다 보면 발성이 안 좋게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베를린 슈타츠오퍼는 유럽 최고의 오페라극장 중 하나로 꼽힙니다. 흔히 '베를린 국립오페라'로 번역되는데, 김태한은 '국립'이라기보다는 '주립' 혹은 '시립'에 가까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오페라극장의 오케스트라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입니다. 450여 년 역사의 명문 악단으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아시안 최초, 여성 최초, 최연소 악장으로 활약하고 있죠.
"그럼 콩쿠르 우승이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었는지?"
"확실한 건 '타이틀'이 생긴다는 거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타이틀'이 생기는 게 가장 큰 이점일 것 같아요. 그런데 오페라가수로 오랫동안 활동하셨던 선생님들의 조언을 들으면 또 너무 일찍 시작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경각심을 일깨워 주셔서, 그런 점을 가슴에 새기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곡 익힐 때 노래부터 하지 않는다
"성악이라는 게 사실 어린 나이에 우승하기는 힘들거든요. 사람의 몸이 악기이다 보니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리도 익어가고 음악도 깊어지고, 발성이 조금씩 바뀌면서 저만의 발성이 자리 잡히는 데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무리한 스케줄을 억지로 소화하다 보면 발성이 안 좋게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이가 적은 사람은 불리하다고 하셨지만, 거꾸로 나이가 어린데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심사위원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음악성 관련된 얘기들이었던 것 같고요. 가사를 전달하는 딕션이나 전달력에 있어서 칭찬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곡을 공부할 때 바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먼저 외국어로 되어 있는 가사를 많이 낭독한다고 했습니다. 딕션이 좋아야 그 언어가 모국어인 관객들이 들어도 바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가사 전달력을 최우선 목표로 공부해 왔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만났던 선생님이 처음에는 발성과 딕션만 지도했다고 합니다. 노래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가사를 체득한 다음에 노래할 수 있다, 가장 기초이자 핵심이네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후에 오페랄리아 콩쿠르도 나가셨잖아요? (그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집중도 높은 무대로 청중상을 탔습니다.) 사실 퀸 엘리자베스 같은 큰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이제 콩쿠르는 더 안 나가도 되겠다, 하지 않나요?"
"그렇죠. 그런데 저한테는 콩쿠르가 상을 타기 위해서라기보다, 콩쿠르에 심사하러 오시는 분들이 이 오페라 업계를 이끌어 가시는 분들이니까 저를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저의 커리어를 위해, 무대에 계속 서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하는 거죠. 또 콩쿠르가 있으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굉장히 실력이 늘더라고요. 콩쿠르 경연곡 위주로 열심히 하지만 그 곡들의 수준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테크닉이나 발성이 전반적으로 발전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발성이 완벽하게 자리잡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나가고 싶은 콩쿠르는 좀 더 나가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악 콩쿠르의 출전 연령 제한은 보통 30세 정도까지입니다. 성악 콩쿠르 수상자들은 어느 정도는 무대 커리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2000년생, 성악 부문 역대 최연소 우승자였던 김태한은 콩쿠르 출전 당시 학교 오페라 외에는 오페라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먼저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나서 오페라 커리어를 시작한 거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예전부터 나가고 싶으셨던 건가요?"
"꼭 나가고 싶었죠. 레퍼토리도 오랫동안 짰고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어요. 사실은 이렇게까지 했는데 만약 파이널에도 못 올라간다면 나는 가망이 없는 가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준비를 했었어요."
지난해 콩쿠르 우승 직후에 했던 인터뷰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그는 콩쿠르 경연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세미파이널(2라운드)부터는 20분 레퍼토리를 두 개 짜서 제출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짜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 아무래도 성악은 몸이 악기이다 보니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소리도 자연스럽게 익어가고 음악적인 성숙도도 달라지고, 그런 게 중요하기 때문에 나이가 크게 관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어린데도 나이가 많은 참가자들과 비슷한 기량을 뽐낼 수 있다는 것 자체도 크게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이도 하나의 무기로 생각하고, 그래서 좀 더 대담하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의 결선 경연곡들은 대부분 비극의 정조가 있는 곡들이었고, 몰입도가 높아 노래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또 여러 곡이 마치 한 덩어리인 것처럼 이어지도록 프로그램을 짰고요. 특히 마지막 곡이었던 베르디의 '돈 카를로' 중에 로드리고의 아리아 '오 카를로, 들어보게. 나는 죽어가고 있네'는, 보통 많이 불리는 이탈리아어 버전이 아니라 프랑스어 초연 버전으로 불렀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열리는 벨기에는 프랑스어권이고, 마지막 소절 가사가 'sauver la Flandre', 플랑드르(오늘날의 벨기에)를 구하라는 의미여서 벨기에 관객들의 호응이 더 컸습니다.
"콩쿠르에도 전략이 있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콩쿠르에서 이렇게 하니까 상을 받더라, 이런 팁을 알려주신다면?"
"저도 콩쿠르에 나갈 사람이라서..."
그는 요즘 베를린 슈타츠오퍼 오페라 스튜디오의 영 아티스트로 이 극장 오페라 무대에 여러 단역으로 서고 있습니다. 전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들은 이런 '영 아티스트' 제도를 두는 곳이 많은데요, 오페라 스튜디오 '영 아티스트'는 어떤 활동을 하는 걸까요.
"젊은 성악가들을 선발해서 작품에 조역 단역 시키고 가끔은 큰 역할도 주면서 무대 경험을 쌓도록 하는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에 치중한 극장들도 있지만, 저희 극장은 월급 빼고는 거의 솔리스트랑 동등한 대우를 해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수업이 있는 건 아니고, 계속 공연에 투입되고 연습하고 그런 과정인가요?"
"교육과정이라기보다는, 발레를 배운다거나 '알렉산더 테크닉'이라고 호흡이랑 몸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주는 코스가 있어요. 가끔 마스터 클래스도 있고 코칭도 많이 해주고요."
"발레를 배운다고요?"
"발레를 배우는데 발레가 아니죠. (웃음)"
"발레 코스에서 어떤 거를 배우셨어요?"
"글쎄요, 제가 워낙 몸치라 그냥 발레를 배웠습니다."
오페라는 노래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연기와 몸을 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발레까지 배운다는 겁니다. 물론 발레의 고난도 테크닉을 배운다기보다는 기본 동작 위주로 몸의 균형을 의식하며 운동하는 것에 가깝다고 합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1대1로 코치가 붙어서 노래할 때 어디가 불편하냐, 어디에 힘이 들어가냐, 이런 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디 근육을 써야 하고, 이런 테크닉을 가르쳐 주는 코스라고 합니다. 좋은 오페라가수가 되려면 참 여러 가지가 필요하구나, 그리고 독일의 오페라극장은 오페라가수 양성 시스템이 잘 되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음악성 관련된 얘기들이었던 것 같고요. 가사를 전달하는 딕션이나 전달력에 있어서 칭찬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곡을 공부할 때 바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먼저 외국어로 되어 있는 가사를 많이 낭독한다고 했습니다. 딕션이 좋아야 그 언어가 모국어인 관객들이 들어도 바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가사 전달력을 최우선 목표로 공부해 왔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만났던 선생님이 처음에는 발성과 딕션만 지도했다고 합니다. 노래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가사를 체득한 다음에 노래할 수 있다, 가장 기초이자 핵심이네요.
다른 콩쿠르도 계속 도전하겠다
"그렇죠. 그런데 저한테는 콩쿠르가 상을 타기 위해서라기보다, 콩쿠르에 심사하러 오시는 분들이 이 오페라 업계를 이끌어 가시는 분들이니까 저를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저의 커리어를 위해, 무대에 계속 서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하는 거죠. 또 콩쿠르가 있으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굉장히 실력이 늘더라고요. 콩쿠르 경연곡 위주로 열심히 하지만 그 곡들의 수준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테크닉이나 발성이 전반적으로 발전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발성이 완벽하게 자리잡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나가고 싶은 콩쿠르는 좀 더 나가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악 콩쿠르의 출전 연령 제한은 보통 30세 정도까지입니다. 성악 콩쿠르 수상자들은 어느 정도는 무대 커리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2000년생, 성악 부문 역대 최연소 우승자였던 김태한은 콩쿠르 출전 당시 학교 오페라 외에는 오페라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먼저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나서 오페라 커리어를 시작한 거죠.
콩쿠르에도 전략이 있다
"꼭 나가고 싶었죠. 레퍼토리도 오랫동안 짰고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어요. 사실은 이렇게까지 했는데 만약 파이널에도 못 올라간다면 나는 가망이 없는 가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준비를 했었어요."
지난해 콩쿠르 우승 직후에 했던 인터뷰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그는 콩쿠르 경연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세미파이널(2라운드)부터는 20분 레퍼토리를 두 개 짜서 제출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짜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 아무래도 성악은 몸이 악기이다 보니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소리도 자연스럽게 익어가고 음악적인 성숙도도 달라지고, 그런 게 중요하기 때문에 나이가 크게 관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어린데도 나이가 많은 참가자들과 비슷한 기량을 뽐낼 수 있다는 것 자체도 크게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이도 하나의 무기로 생각하고, 그래서 좀 더 대담하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의 결선 경연곡들은 대부분 비극의 정조가 있는 곡들이었고, 몰입도가 높아 노래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또 여러 곡이 마치 한 덩어리인 것처럼 이어지도록 프로그램을 짰고요. 특히 마지막 곡이었던 베르디의 '돈 카를로' 중에 로드리고의 아리아 '오 카를로, 들어보게. 나는 죽어가고 있네'는, 보통 많이 불리는 이탈리아어 버전이 아니라 프랑스어 초연 버전으로 불렀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열리는 벨기에는 프랑스어권이고, 마지막 소절 가사가 'sauver la Flandre', 플랑드르(오늘날의 벨기에)를 구하라는 의미여서 벨기에 관객들의 호응이 더 컸습니다.
"콩쿠르에도 전략이 있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콩쿠르에서 이렇게 하니까 상을 받더라, 이런 팁을 알려주신다면?"
"저도 콩쿠르에 나갈 사람이라서..."
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 발레까지 배운다
"젊은 성악가들을 선발해서 작품에 조역 단역 시키고 가끔은 큰 역할도 주면서 무대 경험을 쌓도록 하는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에 치중한 극장들도 있지만, 저희 극장은 월급 빼고는 거의 솔리스트랑 동등한 대우를 해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수업이 있는 건 아니고, 계속 공연에 투입되고 연습하고 그런 과정인가요?"
"교육과정이라기보다는, 발레를 배운다거나 '알렉산더 테크닉'이라고 호흡이랑 몸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주는 코스가 있어요. 가끔 마스터 클래스도 있고 코칭도 많이 해주고요."
"발레를 배운다고요?"
"발레를 배우는데 발레가 아니죠. (웃음)"
"발레 코스에서 어떤 거를 배우셨어요?"
"글쎄요, 제가 워낙 몸치라 그냥 발레를 배웠습니다."
오페라는 노래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연기와 몸을 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발레까지 배운다는 겁니다. 물론 발레의 고난도 테크닉을 배운다기보다는 기본 동작 위주로 몸의 균형을 의식하며 운동하는 것에 가깝다고 합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1대1로 코치가 붙어서 노래할 때 어디가 불편하냐, 어디에 힘이 들어가냐, 이런 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디 근육을 써야 하고, 이런 테크닉을 가르쳐 주는 코스라고 합니다. 좋은 오페라가수가 되려면 참 여러 가지가 필요하구나, 그리고 독일의 오페라극장은 오페라가수 양성 시스템이 잘 되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1주일 내내 무대 오르기도... 힘들지만 즐긴다
영 아티스트들은 이런 코스 수강 외에도 리허설과 공연 출연으로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하게 됩니다. 김태한은 요즘 작은 역이지만, 수많은 오페라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오페라극장의 코칭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리허설 외에도 개인 맞춤형 지도를 통해 곡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1주일에 4번 오페라를 하는 경우도 있고, 작은 역할들이니까, 보통 극장들이 두세 작품으로 1주일 내내 극장을 돌리기 때문에, 운이 안 좋아서 그 모든 작품에 다 참여한다면, 쉬는 날이 없어지죠. 오페라 스튜디오 사람들은 출연 분량은 5분에서 10분 정도이지만, 그래도 분장하고 리허설하고, 솔로인 부분도 있고 이름이 있는 역할들이기 때문에, 매번 리허설에 참여해야 하거든요. 그런 점이 좀 바쁘고 힘들죠."
김태한은 9월 새 시즌에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시몬 보카네그라,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드보르작의 루살카, 푸치니의 나비부인, 토스카, 야나체크의 '부르체크 씨의 여행' 등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게 됩니다. 그는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공연 프로그램은 기존 레퍼토리와 '프리미어'(초연)의 비중이 7:3 정도 된다고 했는데요, (여기서 '프리미어'는 어떤 오페라를 처음으로 공연하는 경우만 뜻하는 게 아니라, '라 트라비아타' 같은 기존 작품을 새롭게 연출해 올리는 것을 포함합니다.)
프리미어에 참여하게 되면 작품 콘셉트 회의 참석은 물론이고, 한 달 정도 계속 리허설하면서 세부 사항을 수정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하기 때문에 힘들면서도 즐겁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프리미어에 오페라 스튜디오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요. 시즌별로 프리미어를 한 달에 한 편 정도 올리는데, 프리미어 때는 유명한 지휘자들이 오니까 그런 분들이랑 작업해 볼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시몬 보카네그라는 김은선 선생님이 지휘하시고, 야나체크의 '브루체크 씨의 여행'은 사이먼 래틀이 와요. 그렇게 같이 일할 수 있는 건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그는 유럽 정상급 오페라극장 중 하나인 베를린 슈타츠오퍼 무대에 자신이 유튜브로만 보던 마에스트로, 그리고 유명 성악가들과 함께 서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학업과 오페라 스튜디오 활동을 병행하는 게 어렵다고 했는데, 만약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오페라 스튜디오를 선택하겠다며, 무대 경험을 쌓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습니다.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영 아티스트는 2년 계약으로 활동하며, 2년 후 이 극장에서 솔리스트 제안을 받으면 소속 솔리스트로 계약해 계속 활동하고, 그게 아니라면 다른 곳으로 각자 일자리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김태한은 2년간의 계약이 끝나면 어느 극장에서든 솔리스트로 자리를 잡고 레퍼토리를 쌓아나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끝나고 해외에서 인터뷰하신 거 보니까,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라고 했는데, 오페라의 슈퍼스타를 뜻한 거였다고 들었어요. 예전부터 그런 목표를 세우셨나요?"
"네, 아무래도 오페라라는 게 노래만 하는 게 아니고 연기도 해야 되고 또 내용이 있고, 내용을 알아야 되고, 캐릭터가 확실히 있고, 극음악이다 보니까, 또 오케스트라도 있고 하니까, 저는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말은 좀 '성악 사대주의'가 아닐까 싶은데(웃음), 종합예술인 오페라가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최고봉이라고 생각해요. 오페라를 보면서 감동받고 나도 저 무대에 서 보고 싶다, 저렇게 노래하고 싶다, 생각했던 경험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오페라가수를 꿈꿨던 것 같아요."
김태한은 자신이 되고 싶은 '오페라 슈퍼스타'의 롤 모델로 독일의 '국민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을 꼽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토스카'와 '카르멘' 등 오페라 영상과 음원으로 접하고 팬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직은 그를 영상으로만 만났지만 언젠가 그와 한 무대에 서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김태한에게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가 어떤 작품인지도 물었습니다.
"푸치니와 베르디를 좋아하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푸치니 '라보엠'입니다. 푸치니는 음악도 너무 잘 썼고, 신파의 정석이랄까, 딱 울기 위한 장치, 울리기 위한 장치들이 엄청나게 잘 되어 있고 그게 잘 먹히죠. 그러니까 딱 작곡가가 원했던 효과를 관객들로부터 끌어낼 수 있게 작곡이 잘 된 것 같아서 굉장히 좋아하는 작곡가이고, 곡도 빠짐없이 다 좋고요. 그런데 푸치니가 후기 낭만 쪽이고 오케스트라도 편성이 크고 이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좀 어릴 때 하기에는 어려운 작품인 것 같습니다."
"베르디야말로 무겁지 않나요?"
"그렇죠. 베르디는 특히 바리톤 비중이 커서 베르디 덕분에 바리톤들이 먹고살죠. 사실 푸치니는 테너 쪽이고. '라보엠'을 처음 봤을 때는 테너를 하고 싶었어요. 부를 수만 있다면 (테너가 부르는) 로돌포 역을 해보고 싶기는 합니다. (웃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1주일에 4번 오페라를 하는 경우도 있고, 작은 역할들이니까, 보통 극장들이 두세 작품으로 1주일 내내 극장을 돌리기 때문에, 운이 안 좋아서 그 모든 작품에 다 참여한다면, 쉬는 날이 없어지죠. 오페라 스튜디오 사람들은 출연 분량은 5분에서 10분 정도이지만, 그래도 분장하고 리허설하고, 솔로인 부분도 있고 이름이 있는 역할들이기 때문에, 매번 리허설에 참여해야 하거든요. 그런 점이 좀 바쁘고 힘들죠."
김태한은 9월 새 시즌에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시몬 보카네그라,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드보르작의 루살카, 푸치니의 나비부인, 토스카, 야나체크의 '부르체크 씨의 여행' 등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게 됩니다. 그는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공연 프로그램은 기존 레퍼토리와 '프리미어'(초연)의 비중이 7:3 정도 된다고 했는데요, (여기서 '프리미어'는 어떤 오페라를 처음으로 공연하는 경우만 뜻하는 게 아니라, '라 트라비아타' 같은 기존 작품을 새롭게 연출해 올리는 것을 포함합니다.)
프리미어에 참여하게 되면 작품 콘셉트 회의 참석은 물론이고, 한 달 정도 계속 리허설하면서 세부 사항을 수정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하기 때문에 힘들면서도 즐겁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프리미어에 오페라 스튜디오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요. 시즌별로 프리미어를 한 달에 한 편 정도 올리는데, 프리미어 때는 유명한 지휘자들이 오니까 그런 분들이랑 작업해 볼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시몬 보카네그라는 김은선 선생님이 지휘하시고, 야나체크의 '브루체크 씨의 여행'은 사이먼 래틀이 와요. 그렇게 같이 일할 수 있는 건 정말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오페라 슈퍼스타' 되고 싶다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영 아티스트는 2년 계약으로 활동하며, 2년 후 이 극장에서 솔리스트 제안을 받으면 소속 솔리스트로 계약해 계속 활동하고, 그게 아니라면 다른 곳으로 각자 일자리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김태한은 2년간의 계약이 끝나면 어느 극장에서든 솔리스트로 자리를 잡고 레퍼토리를 쌓아나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끝나고 해외에서 인터뷰하신 거 보니까,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라고 했는데, 오페라의 슈퍼스타를 뜻한 거였다고 들었어요. 예전부터 그런 목표를 세우셨나요?"
"네, 아무래도 오페라라는 게 노래만 하는 게 아니고 연기도 해야 되고 또 내용이 있고, 내용을 알아야 되고, 캐릭터가 확실히 있고, 극음악이다 보니까, 또 오케스트라도 있고 하니까, 저는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말은 좀 '성악 사대주의'가 아닐까 싶은데(웃음), 종합예술인 오페라가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최고봉이라고 생각해요. 오페라를 보면서 감동받고 나도 저 무대에 서 보고 싶다, 저렇게 노래하고 싶다, 생각했던 경험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오페라가수를 꿈꿨던 것 같아요."
김태한은 자신이 되고 싶은 '오페라 슈퍼스타'의 롤 모델로 독일의 '국민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을 꼽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토스카'와 '카르멘' 등 오페라 영상과 음원으로 접하고 팬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직은 그를 영상으로만 만났지만 언젠가 그와 한 무대에 서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김태한에게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가 어떤 작품인지도 물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라보엠'으로 한국 오페라 무대 데뷔
"베르디야말로 무겁지 않나요?"
"그렇죠. 베르디는 특히 바리톤 비중이 커서 베르디 덕분에 바리톤들이 먹고살죠. 사실 푸치니는 테너 쪽이고. '라보엠'을 처음 봤을 때는 테너를 하고 싶었어요. 부를 수만 있다면 (테너가 부르는) 로돌포 역을 해보고 싶기는 합니다. (웃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sh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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