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나라 생각해서 한 일인데"…열정 넘치는 권력자가 나라 망치는 법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8. 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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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망치는 군주가 처음부터 악의를 품고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물정 모르는 열정과 선의로 망국을 재촉한 사례들은 많습니다.
국고가 고갈되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고, 법도가 느슨해지면 간악한 짓들이 횡행해 패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랏일에 인간적인 작은 선의와 충심, 그리고 사사로운 애정이 개입할 때 얼마나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관한 사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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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열정과 선의만으로는 안 된다 (글 : 양선희 소설가)
나라를 망치는 군주가 처음부터 악의를 품고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물정 모르는 열정과 선의로 망국을 재촉한 사례들은 많습니다. 한비자가 취재해 놓은 사례들을 먼저 볼까요.
앞의 두 경우에 등장하는 중산과 송나라 군주는 인간적인 면모로만 보자면 '좋은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들에겐 선의가 있지요. 그러나 결국은 나라를 망쳤습니다. '국정에는 무능'했기 때문입니다. 한비자는 사랑이 넘치는 군주, 사랑받기를 원하는 군주의 위험성을 수시로 경고합니다. 대개 '사랑'에 목매는 군주들은 자신의 무능함을 분식하려는 위험한 군주라는 것이지요.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관중도 군주의 유형을 분류하면서 혜주(惠主), 즉 은혜를 베푸는 군주는 나라를 패망으로 이끈다고 했습니다. 포상을 두텁게 하기에 국고를 고갈시키고, 간악한 자를 사면해 국법을 훼손하기에 이른다는 것이지요. 국고가 고갈되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고, 법도가 느슨해지면 간악한 짓들이 횡행해 패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랑'과 '선의'는 인간적 삶에서 아주 중요한 덕목이지만, 정치에선 여러 가지 복잡한 난제를 수시로 만들어 냅니다. 나랏일에 인간적인 작은 선의와 충심, 그리고 사사로운 애정이 개입할 때 얼마나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관한 사례가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나라를 망치는 군주가 처음부터 악의를 품고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물정 모르는 열정과 선의로 망국을 재촉한 사례들은 많습니다. 한비자가 취재해 놓은 사례들을 먼저 볼까요.
#1
조나라 주보(상왕)가 이자를 시켜 중산을 칠 만한지 살피게 했다.
그가 돌아와 보고했다.
"중산을 정벌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군주께서 정벌을 서두르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제나라나 연나라에 뒤질 것입니다."
"어째서 공격하라고 하는가?"
"그 군주가 동굴이나 산속에 은둔하는 선비들을 좋아해 수레 덮개가 기울어질 정도로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을 즐기고, 궁핍한 동네와 더러운 거리에 사는 선비를 만난 것이 수십 번이며, 대등한 예우로 포의(벼슬 없는)의 선비들에게 몸을 낮춘 것이 수백 번입니다."
"그대의 말에 따른다면 그는 현군이 아닌가. 어째서 공격해야 한다고 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도대체 은둔하는 선비들을 높이는 걸 좋아하여 그들을 조정에 부른다면, 전사들은 군 생활에 태만하지 않겠습니까. 위로는 학자를 존중하고, 아래로는 거사(벼슬하지 않는 선비)들을 조정에 세우면, 농부들은 농사를 게을리하게 되고, 전사들은 군대 일에 태만해지니 군대가 약해질 것입니다. 농부가 밭일을 게을리하면 나라는 가난해집니다. 군대는 약하고, 나라는 안으로 가난하면서 망하지 않은 자는 아직 없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중산을 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이 말에 주보가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병사를 일으켜 치니 마침내 중산은 멸망했다.
#2
송나라 양공이 초나라와 탁곡에서 전투를 벌였다. 송나라는 이미 전열을 갖췄지만, 초나라는 아직 물을 다 건너지 못했다.
우사마 구강이 간언했다.
"초나라 군사는 많고 송나라는 적습니다. 청컨대 초군이 반만 건너오고 진열이 정비되지 않았을 때 습격하면 반드시 저들이 패할 것입니다."
이에 양공이 말했다.
"내가 듣기로 군자는 다친 사람을 다시 다치게 하지 않으며, 나이 든 사람을 포로로 잡지 않고, 사람을 험한 곳을 몰아붙이지 않고, 궁지로 몰지 않으며, 진열을 갖추지 못한 군대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지금 초군이 아직 물을 건너지 못했는데 공격한다면 이는 의(義)를 해치는 것이다. 초나라가 다 건너와서 진을 완성한 후 북을 울려 군사를 진격시키겠다."
그러자 우사마는 다시 말했다.
"군주께서는 송나라 백성은 사랑하지 않고, 병사의 안전은 꾀하지 않으면서 의만 지키려 하십니까."
이에 양공은 "전열로 돌아가지 않으면 군법을 시행하겠다"고 하자 우사마는 다시 전열로 되돌아왔다.
초나라 군사는 이미 전열을 완성하고 진지를 구축했다. 양공은 이내 북을 울렸다. 그러나 송군은 대패하고 양공도 허벅다리를 부상해 사흘 후에 죽었다.
앞의 두 경우에 등장하는 중산과 송나라 군주는 인간적인 면모로만 보자면 '좋은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들에겐 선의가 있지요. 그러나 결국은 나라를 망쳤습니다. '국정에는 무능'했기 때문입니다. 한비자는 사랑이 넘치는 군주, 사랑받기를 원하는 군주의 위험성을 수시로 경고합니다. 대개 '사랑'에 목매는 군주들은 자신의 무능함을 분식하려는 위험한 군주라는 것이지요.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관중도 군주의 유형을 분류하면서 혜주(惠主), 즉 은혜를 베푸는 군주는 나라를 패망으로 이끈다고 했습니다. 포상을 두텁게 하기에 국고를 고갈시키고, 간악한 자를 사면해 국법을 훼손하기에 이른다는 것이지요. 국고가 고갈되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고, 법도가 느슨해지면 간악한 짓들이 횡행해 패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랑'과 '선의'는 인간적 삶에서 아주 중요한 덕목이지만, 정치에선 여러 가지 복잡한 난제를 수시로 만들어 냅니다. 나랏일에 인간적인 작은 선의와 충심, 그리고 사사로운 애정이 개입할 때 얼마나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관한 사례가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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