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결산] ⑧장재근 선수촌장 "엘리트 체육 부활…선수·지도자에 감사"
금메달 5개 목표 비판에 "내부 최대치는 8개였지만, 확신할 순 없었어"
(파리=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책임지는 장재근(62) 선수촌장은 "엘리트 스포츠(전문 체육)가 살아났다"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선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크게 고마워했다.
2023년 3월 선수촌장으로 부임해 1년 5개월 동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 올림픽 두 차례 메이저 국제종합대회를 치른 장 촌장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 도쿄 올림픽의 부진으로 엘리트 스포츠가 벼랑 끝에 몰리자 시간이 날 때마다 '전문 체육의 존재 이유'를 자문해왔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파리 올림픽을 엘리트 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묻는 대회로 규정한 장 촌장은 우리나라 선수단이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10일 현재(현지시간)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9개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 촌장은 연합뉴스와의 결산 인터뷰에서 "사람의 하려는 의지와 마음가짐, 목표 의식이라는 게 확실하면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가대항전에 나서는 엘리트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들의 마음가짐을 조금만 바로잡아주면 이들은 이런 좋은 결과를 낼 능력을 지녔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장 촌장은 먼저 "작년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10개월 동안 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전원 아침 산책 등을 하면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팀워크를 다지고자 노력했다"면서 "선수들이 생활 리듬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데도 이를 옆에서 잘 도와준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개최국 일본은 금메달 27개를 수확하고 우리는 6개에 그쳐 두 나라의 격차는 21개로 벌어졌다.
장 촌장은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의 간극을 금메달 10개 이내로 줄이면 파리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고, 실제 10개 차로 줄인 채 맞이한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금메달 18개)과 대등한 실력을 뽐내며 자존심을 되찾았다.
장 촌장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깜짝 놀란 종목은 사격이었다고 했다. 사격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를 획득하며 팀코리아 부활의 불쏘시개 노릇을 했다.
장 촌장은 "사격은 금메달 1개 정도를 예상했으나 이마저도 확언할 수 없었다"면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이은철 씨가 대한사격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을 맡으면서 양궁처럼 실력으로만 선수를 뽑는 투명한 시스템이 정착했다"며 사격의 '환골탈태'를 높게 평가했다.
가장 아쉬운 종목으로는 수영을 꼽았다.
장 촌장은 "수영 대표 선수들이 워낙 열심히 훈련했기에 금메달을 놓치더라도 경쟁국과 정말 혈투를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며 "다만, 확실히 올림픽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겨루는) 올림픽이라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그는 "황선우(강원도청)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할 텐데 지인들이 많이 다독여줬으면 좋겠다. 분명히 재기할 선수"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장 촌장은 국비 약 33억원을 투자해 파리 인근 퐁텐블로시에 마련한 사전 훈련 캠프와 급식지원센터를 아우른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이 우리나라 선수들 메달 행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단언했다.
대한체육회가 2012 런던 올림픽 이래 12년 만에 조성한 사전 훈련캠프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은 시차 및 분위기 적응 훈련을 마치고 컨디션을 끌어 올린 뒤 파리의 선수촌으로 이동했다.
장 촌장은 "매우 조용하고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는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에서 선수들이 크게 만족했다"며 "한식 도시락을 선수촌으로 매일 배송하는 등 우리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체육회 직원과 한국에서 오신 조리사·영양사가 많이 고생했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의 금메달 수치 전망이 너무 낮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장 촌장은 "개막 100일 전까지만 해도 양궁, 펜싱 등에 국한된 금메달 5개는 아주 객관적인 수치였다"며 "대회 50일 전, 30일 전 사이에 선수들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며 긍정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목표치를 상향해 공언하기에는 확신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내부에서 예측한 금메달 최대치는 8개로 약간 올라갔지만, 그보다 5개가 많은 13개나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가령 대한태권도협회가 체육회에 제출한 전망치와 승률 시뮬레이션상 김유진(울산시체육회)의 금메달 가능성은 우리 선수 4명 중 가장 낮았지만, 김유진은 보란 듯이 '도장깨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처럼 깜짝 금메달 덕에 전망치가 크게 빗나갔다고 장 촌장은 부연했다.
장 촌장은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먼 곳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는 팀코리아 플랫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도와 태권도가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사전 훈련캠프에서 선수와 지도자뿐 아니라 훈련 파트너도 함께 훈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했다.
유도 김민종(양평군청)의 경우 체육회의 지원으로 훈련 파트너를 사전 캠프와 파리 선수촌에 모두 대동해 마지막까지 실전 감각을 유지한 덕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장 촌장은 "선수의 실력도 중요하고, 이들을 가르칠 지도자들의 역량과 자부심도 중요하다"며 "20년 이상 선수들을 가르친 국가대표 감독들이 연봉 6천800만원을 받는다. 이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7월 초에 파리에 도착한 장 촌장은 길거리를 걷다가 황금 똥을 밟는 그야말로 대박 꿈을 꿨다고 한다.
조용히 혼자 간직하다가 펜싱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후로는 똥 꿈을 응원 다니는 선수들에게 공개하며 기를 불어넣었다고 한다.
장 촌장은 "우리 선수단의 기운이랄까. 참 대단했다"며 "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웃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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