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는 ‘혁신’이었을까

이효상 기자 2024. 8. 11. 0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법, 타다 기사를 근로자로 최종 판단…노동법 회피 인정한 셈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운영 중이던 2019년 11월 타다 차량이 서울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주간경향] 2018년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가까운 거리도 승차 거부 없이 탈 수 있었고, 기사들은 친절했으며, 부러 말을 걸어 고객의 평온을 깨지도 않았다. 충격을 받은 건 경쟁자인 택시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이내 갈등이 불거졌는데 타다 측이 보인 반응은 다소 격했다. 타다는 자신을 ‘혁신’이라 불렀고, 기존 시장 경쟁자들을 ‘기득권’이라 칭했으며, 중재와 타협, 양보와는 거리가 먼 태도를 보였다. 택시를 압도하는 타다의 서비스를 경험한 여론이 타다의 가치를 알아줄 거라 믿었기에 가능한 태도였다.

갈등을 부른 몇몇 쟁점은 끝내 사법의 영역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지난 7월 대법원의 ‘타다 드라이버는 근로자가 맞다’는 확정판결을 끝으로 굵직한 쟁점들에 관한 법적 판단이 마무리됐다. 타다 서비스의 근간이었던 타다 베이직이 운행을 종료한 지 4년 3개월 만이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계기로, 기업가의 혁신과 그것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의 대명사가 된 타다 논란을 되짚어봤다. 타다는 정말 혁신이었을까. 혁신이란 무엇인가.

친절한 서비스는 어디서 왔나

“친절도 혁신이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정점에 달한 2019년에도 온라인상에서는 ‘타다는 혁신인가’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혁신이 맞다’는 다양한 주장 중 이목을 끌었던 건 타다의 ‘친절’을 강조한 글이었다. 타다가 기존 택시업계와 달랐던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고객의 수요를 즉시 배차로 연결하는 기술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비스였다. 타다는 ‘기사가 딸린 렌터카’ 형식으로 사실상 택시나 다름없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타다가 운행하는 11인승 카니발은 중형 세단인 택시보다 넓고 쾌적했고, 친절한 기사는 고객에 먼저 말을 걸지 않았으며, 배차 수락 전에 고객의 목적지가 공개되지 않았기에 고객은 짧은 거리를 가더라도 승차 거부를 당하지 않았다. 당시 논쟁에서 기술혁신이라는 주장은 우버 등이 이 기술을 먼저 선보였다는 점에서 쉽게 논박당하곤 했다. 반면 서비스 쪽은 달랐다. ‘서비스 개선이지 무슨 혁신이냐’는 반론이 있을지언정 타다가 서비스의 질에서 택시를 압도했다는 점에 이견은 없었다.

먼저 살펴봐야 할 건 왜 이 갈등을 둘러싸고 혁신 논쟁이 불거졌는가이다. 이는 타다가 의도한 측면도 있다.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는 2019년 11월 한 강연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혁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사람들의 편으로 역사는 바뀌어 왔다”고 했다. 당시는 검찰이 타다가 택시 면허 없이 택시처럼 영업했다며 이 대표를 기소한 직후였다. 이 대표는 핍박받는 타다가 택시업계와 벌이는 갈등을 혁신과 기득권의 대립으로 치환했다. 타다가 혁신이라면 타다를 기소하는 근거가 된 현행법은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낡은 규제’가 될 터였다. 타다가 혁신인지 여부가 타다 갈등의 핵심 쟁점이 된 셈이다.

혁신이라고까지 불린 타다의 친절한 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타다의 프리랜서 드라이버로 일했던 곽도현씨는 과거엔 법인 택시 기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타다의 질 좋은 서비스가 “월급”에서 나온다고 봤다. 당시 회사에 사납금을 내고 나머지 운행수입을 가져가던 법인 택시 기사들과 달리 타다 드라이버들은 시간당으로 계산한 월급을 받았다. 곽씨는 “택시는 사납금 납부 때문에 힘들었다. 고객들이 가까운 거리를 간다고 하면 피하게 된다. 타다는 일종의 월급제 택시지 않나. 기사도, 고객도 단거리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웃으면서 타고 웃으면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혁신이라는 게 뭔진 몰라도 더 발전되면 택시가 월급제로도 운영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뜯어보면 이상한 대목이다. 타다 운영사인 쏘카는 드라이버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여러 협력업체에서 공급받았다. 협력업체는 드라이버들과 근로계약이 아니라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 프리랜서는 일한 건에 따라 대가를 받는 사람이고, 노동자는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는 사람이다. 그런데 타다 드라이버들은 계약은 프리랜서로 맺고도 대가는 노동자처럼 임금으로 받았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각각 다른 협력업체에 소속돼 일한 타다 드라이버들이 어떻게 모든 고객에게 좋은 질의 서비스를 고르게 제공했는지이다. 한 회사에 소속돼 동일한 내용의 교육을 받은 회사원들이라야 가능할 일을 자영업자처럼 각자의 사업을 운영할 뿐인 프리랜서들이 해냈다.

타다 드라이버들은 무늬만 프리랜서였고, 실상은 쏘카의 관리를 받았다. 실질적으로 관리를 한 건 VCNC라는 쏘카의 100% 자회사다. VCNC는 쏘카와 계약을 맺고 타다 앱과 서비스 운영을 대행했다. VCNC는 드라이버들을 교육할 자료나 근태 등에 문제가 있을 때 제재할 자료를 만들어 협력업체에 보냈고, 협력업체는 이 내용을 그대로 드라이버 관리에 적용했다. VCNC가 앱을 통해 안내한 운전업무 수행 절차 등은 복무규정처럼 기능했다. 회사의 고용 책임을 덜기 위해 프리랜서로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드라이버들을 직접고용한 노동자처럼 부려 서비스의 질을 고르게 유지한 셈이다.

대법원은 지난 7월 26일 타다 프리랜서 드라이버로 2개월여 일하다 해고된 곽도현씨의 부당해고 사건에서, 곽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그 사용자는 쏘카”라는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이라는 상징성 이외에 다른 의미도 있다. 먼저 대법원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등장으로 노동자가 자신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을 인정했다. 타다의 경우처럼 앱과 알고리즘이 사실상의 업무지시를 하는 데다 쏘카, VCNC, 협력업체 등 다양한 회사가 노무관리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플랫폼 노동의 이런 특성을 고려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사용자성 판단 요소들을 적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노동관계법 회피를 목적으로 프리랜서로 계약된 사람들이 실제로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가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노동법을 우회함으로써 달성된 타다의 친절한 서비스를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곽도현씨는 “친절하고 평준화된 서비스는 그 자체로 타다 드라이버가 근로자라는 걸 반증하는 것 같다. 배달 라이더처럼 건당 수수료를 받았다면 목적지가 먼 고객은 거부하고 가까운 거리만 운행하려고 했을 거다. 다른 회사랑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근로자로 채용해서 교육을 했어야 하는데, 근로자로 안 쓰고 프리랜서로 쓰면서 관리는 근로자처럼 한 거다. 욕심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타다는 좌절된 혁신일까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원들이 2019년 6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택시 방범등을 머리 위에 들고 “타다 처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타다가 좌절된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얻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2019년 검찰의 기소로 시작된 이재웅 당시 쏘카 대표 등의 형사재판이다. 검찰은 타다 측이 면허 없이 사실상 콜택시 영업을 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타다 측은 택시가 아니라 기사가 딸린 렌터카라고 주장했다. 여객자동차법은 원칙적으로 렌터카 사업자가 차를 빌려주면서 기사를 알선하는 걸 금지하는데, 당시 법에선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기사 알선을 허용했다. 이 조항에 근거한 렌터카 사업이라는 타다 측 주장과 실질적으로 콜택시 사업이라는 검찰 측 주장이 부딪쳤다. 결과적으로 1·2심 모두 타다가 렌터카 사업이라 판단했고,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무죄 확정판결은 타다 측이 이미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철수했다는 점과 맞물려 낡은 규제가 혁신을 발목 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언론에 조명됐다. 이 대표는 무죄 확정 직후 “혁신은 죄가 없음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됐다”며 ‘타다=혁신’이라는 공식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 형사재판의 쟁점은 타다 서비스가 콜택시인지, 렌터카인지에 맞춰져 있었다. 타다가 혁신인지, 여객자동차법이 낡은 규제인지까지 판가름 났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여객자동차법이 택시업계를 면허로 규제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봐도 우리나라처럼 택시비가 싼 곳은 없다. 택시가 민간 자본인데도 정부가 총량제로 요금을 억제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그런 편익을 규제로 얻고 있는데, (타다의 등장은) 규제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이미 어렵게 운영되는 택시 산업을 한 번 더 억누르는 양상이 됐다. 다른 사업자는 규제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서비스를 내놓고 소비자의 공감을 얻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타다를 택시로 보고 규제할 때 얻을 수 있는 효용을 주장하기도 했다. 타다가 렌터카 서비스일 경우, 타다 드라이버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차를 빌린 것이 되는 승객들은 교통사고가 나도 보험 보장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은 타다 서비스가 기사 알선 포함 자동차 대여사업(렌터카)이라는 사업구조에 내포된 문제점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타다 서비스의 객관적인 성질을 곧바로 유상운송사업(콜택시)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규제의 법익이나 효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관계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는 형사재판의 속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5월 새로운 기술과 기존 규제 사이의 긴장을 법의 관점에서 다룬 논문 ‘타다와 카카오모빌리티 사례로 본 기술과 법’을 내놨다. 남 교수는 “과학과 달리 기술은 가치지향적인 것이기에 정치가 공동체의 컨센서스(의견일치)를 만들어가면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했다. 검찰이 형사사건으로 기소하면서 기회를 놓쳤다. 형사재판은 검찰이 혐의를 입증했느냐를 보는 것이지 여객자동차법의 목적 등 이면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종합적으로 다뤄졌어야 할 사안이 형사재판에서 다뤄지면서 파편화됐다”고 했다.

타다 드라이버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인지 아닌지는 형사 재판에서도 하나의 쟁점으로 다뤄졌다. 타다 드라이버들이 프리랜서가 아닌 노동자라면, 타다 서비스 역시 렌터카가 아니라 상용직을 두는 택시 서비스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곽도현씨의 부당해고 사건의 결과에 따라 형사재판의 결과도 달라질 여지가 있었다. 형사재판 확정판결 전까지 부당해고 사건은 1심 결과만 나온 상태였는데, 1심 재판부는 곽씨와 쏘카 사이에 “아무런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며 곽씨가 쏘카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형사재판에서 타다 측에 무죄 판단이 내려지는 근거의 하나가 됐다. 그러나 부당해고 사건에 관한 판단은 항소심에서 뒤집혔고,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형사재판과 부당해고 사건의 판단 순서가 달랐다면 타다가 혁신인지에 대한 세간의 인식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타다는 기술을 바탕으로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그 서비스는 법의 빈틈을 파고들거나 법을 회피함으로써 만들어진 것이기도 했다. 규제로 인해 비용을 치르고 있던 기존의 시장 경쟁자들의 반발은 당연했지만, 타다는 ‘혁신’이란 구호를 앞세워 갈등 국면을 돌파하려 했다. 물론 타다가 남긴 유산도 상당하다. 택시업계 서비스의 질적 전환이 촉발됐고, 승합차를 이용한 고급 택시가 등장했으며, 승차 거부 없이 배차하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김동영 전문연구원은 ‘무엇이 혁신인가’라는 질문에 “기존 시장을 갉아먹는 게 아니라 파이를 키울 수 있어야 혁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기존 사업자들이 규제 때문에 못 하는 걸 혁신이라 규정하면, 누군가가 누리는 편익 때문에 사회의 다른 쪽에서는 훨씬 더 큰 손해를 보는 것을 정당화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남형두 교수는 “타다 사건의 핵심이 된 두 가지 기둥(형사사건과 부당해고 사건)이 마무리된만큼 전반적으로 이 사건을 다시 돌아보고, 이를 통해 이른바 혁신 기술이 가져오는 사회적 갈등의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할 때 그간의 사회적 갈등이 단순한 비용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