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블랙핑크 콘서트, 대체재였는데…극장 구원투수 된 사연[TEN스타필드]

김지원 2024. 8.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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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예고편 / |사진제공=CJ ENM, CGV ICECON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불황을 이기는 궁여지책이었던 얼터너티브 콘텐츠(Alternative Content)가 점차 극장 문화의 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영화를 대체하는 또 다른 스크린 콘텐츠가 늘어가고 있는 것. 아직은 얼터콘텐츠, 대안콘텐츠, 대체콘텐츠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과도기지만, 극장가에서는 꾸준히 얼터콘텐츠를 늘여가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된 후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펼치고 있는 블랙핑크가 약 1년 만에 완전체로 뭉친 자리는 의외로 극장이었다. 블랙핑크가 데뷔 8주년을 맞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피날레를 장식한 '본 핑크(BORN PINK)' 월드투어의 현장과 퍼포먼스를 담은 공연 실황 영화를 선보이게 된 것. 9일 저녁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된 레드카펫과 무대인사 행사에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블랙핑크 'BORN PINK' 포스터. / 사진제공=CJ CGV


임영웅은 꾸준히 극장에서 공연 실황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오는 28일 전국 CGV에서 개봉되는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지난 5월 약 10만 명이 집결한 서울월드컵경기장 콘서트를 담은 영화로, 공연 실황 영화 최초로 IMAX와 ScreenX 특별관에서 동시 개봉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극장에서 VR 콘서트 콘텐츠를 선보였다. 최근 메가박스에서 개봉한 '하이퍼포커스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VR 콘서트'는 기존 공연 실황과는 또 달리 당초부터 VR 콘서트로 기획된 콘텐츠다. VR 헤드셋을 쓰고 관람하면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최애 멤버가 내 얼굴 3cm 코앞까지 다가오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콘텐츠를 관람하면서 실제 콘서트 같은 분위기도 연출된다. 실제로 상영관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인기 가수, K팝 아이돌 공연 콘텐츠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클래식, 오페라 공연 콘텐츠도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CGV는 아이스콘(ICECON)이라는 브랜드를 론칭, 아이돌 콘서트, 게임 중계, 뮤지컬, 오페라, 강연, 파티, 북토크, 디지털 뮤지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야구 경기를 생중계하며 프로야구 팬들을 야구장이 아닌 극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롯시플' 브랜드를 론칭하고 전담 팀도 운영하고 있다. 키드밀리와 같이 특색 있는 뮤지션과 함께하는 프리 리스닝, 토크 시간을 마련했다.

메가박스는 이미 10년 전부터 '클래식 소사이어티'를 실시해오고 있는데, 클래식 소사이어티는 전 세계 클래식 공연을 선보이는 메가박스의 클래식 공연 큐레이션 브랜드다. 유럽 등 해외에서 열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공연을 극장에서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클래식 애호가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클래식 팬들까지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메가박스가 큐레이션 브랜드 '클래식 소사이어티' 콘텐츠로 '2024 빈 필하모닉 여름음악회'를 생중계했다. / 사진제공=메가박스


이처럼 극장에서 영화가 아닌 다른 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얼터콘텐츠가 주목 받기 시작한 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다. 코로나 이전부터 얼터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있었으나 주류는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상영관에 내걸 작품이 부족했던 극장들은 얼터콘텐츠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코로나를 거치며 극장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의 성향이 달라진 점도 얼터콘텐츠가 증가한 요소 중 하나다. 예전에는 극장에 와서 볼 작품을 골랐다면, 현재는 이미 볼 작품을 정하고 오는 경우가 늘었다. 방문의 목적성이 강해진 것이다. 때문에 공연 실황 영화, 야구 중계, 클래식 관람 등 목적성 있는 관객의 유입을 늘일 수 있게 된 이유다. 극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얼터콘텐츠의 경우 웬만한 영화보다 좌석점유율이 높다고 한다. 명확히 타깃팅이 됐다는 이야기다.

대체재로 시작됐던 얼터콘텐츠는 점차 극장업계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기존에는 얼터콘텐츠가 양념처럼 치고 빠졌다면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며 "일회성이 아닌 꾸준히 가져가야할 영역"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극장은 영화를 보는 곳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선입견에서 탈피해 문화 공간으로서 활용도를 업계에서 다방면으로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극장. 내방객이 늘어나면 일반 상업 영화도 자연스레 더 많은 관객들에게 노출된다. 관객 동원 측면에서 동반 상승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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